#마쓰오카_세이고 작가

<심혜경 작가의 결 따라 바카라 읽기 4>(26-29)

by백승협

열돔에 갇혔다. 바람 한 점 없다. 열뿐이다. 이 땅이 몸살을 잃고 잃다. 각 방으로 흩어졌던 가족들은 거실로 모인다. 에어컨 바람이 이제는 시원하다기 보다 겨우 열을 식히는 정도다. 자연의 바람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것이 더 그리운 이유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내일이 입추라고 하는데 날씨의 시곗바늘은 거꾸로 가고 있다.


입추는 무슨 빌어먹을 입추냐고, 이 원성은 기필코 나를 향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가 인류세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들어 놓고 나 아닌 다른 것들을 핑계로 삼는 비겁의 정도는 더 심각해지다 못해 뻔뻔해지고 있다.


와우, '바람 한 점'이 돌아왔다. 일상의 문이 다시 열린다. 지금까지 맡을 수 없었던 공기 내음이다. 감사가 저절로 나온다. 열돔이 언제 있으냐는 듯이 사라지고 없다. 입추 저녁, 가족들은 다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 바람을 기쁘게 조우하기 전 그 폭염과 열대야 속에서 만난 이가 있다.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바카라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고인의 명복을 늦게나마 빈다) 출판사가 <다독술>이라는 원전의 제목을 <독서의 신>(2013)로 바꾸어도 될 만한 이다. 바로 마쓰오카 세이고다.


심혜경 작가가 그녀의 바카라 <나이 들어도 카페에서 바카라을 읽고 싶어>(2026)에서 <독서의 신>이라는 바카라에서 인용한 '독서는 '자기 편집'인 동시에 '상호 편집'입니다.'라는 이 문장이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바카라을 읽고 난 후에도 이것은 자주 내 머릿속에 맴돌곤 했다.


마침내 마쓰오카 세이고의 이 바카라을 펼친다. 마치 내가 인터뷰어가 된 듯하다. 바로 맞은편에는 다정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가 앉아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고수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진다. 독서의 신이라 부를만하구나, 이렇게 독서라는 것을 쉽게 풀어주니 말이다,라는 공감의 탄식을 내내 한다.


내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독서의 결과도 하나하나 자연스럽게 맞추어 본다. 그의 말에 공감을 연이어 하다 보면 가끔 나의 부끄러운 모습들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런 나를 그는 놓치지 않는다.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를 던지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바카라 읽는 법이 있으며, 각자 좋아하는 방법으로 읽으면 됩니다.'라고.


나의 것에 그의 것을 다 적용해야지 하는 욕심이나 부담을 그제야 내려놓게 된다. 위로가 된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아도 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비교할 수 없는 경지의 차를 인정하고, 지금 나에게 하나라도 그의 말을 적용하고 보태면 된다. 그것으로 족하다. 차이가 주는 그 크기에 주눅 들지 말고, 그중 하나라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그가 말하는 '편집'일 것이다.


결국 그는 이 만남을 마무리하면서 그 많은 이야기 중에 하나를 가장 강조한다. '독서는 저자가 쓴 것을 이해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저자와 독자가 만나 작용하는 일종의 협업'이기 때문에 '독서는 편집이다'라고 말이다.


그의 이 문장은 얼마 전 '바카라을 읽는다는 것,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바카라과 더불어 나의 서사를 만들어 가는 데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한 나의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 '바카라은 바카라으로 연결된다'라는 그의 말은 한 작가의 결을 따라 바카라을 선택하고 읽어가는 지금의 나에게 파이팅! 하고 외쳐 주는 것 같았고, '독서가 무지로부터 미지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그의 말에는 나의 엄지가 저절로 올라갔다.


나는 그의 말대로 '독서는 편집이다.'라는 그의 문장을 이렇게 내 멋대로 편집을 해 본다. '독서는 나의 서사로 이어지는 편집이다.'라고 말이다.


- 헤리의 반려바카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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