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_마텔 작가

<심혜경 작가의 결 따라 바카라 읽기 3>(26-26)

by백승협

바카라을 읽는다는 것,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바카라과 더불어 나의 서사를 만들어 가는 데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있다. 나와의 서사가 빠진 독서는 그냥 타자의 늘어진 글을 몸 둘레에 치장하는 행위에 불과하고, 쇼츠를 아무 생각 없이 올려 보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서사는 내가 바카라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만나게 되었나를 따져보는 데서 출발한다. 다른 이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는 그것을 굳이 깊이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적어 보는 것은 그 만남이 불과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상에 둘도 없는 추억의 싹을 틔우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바카라을 읽은 후 그 소감을 적는 것 못지않게 그 만남의 처음에도 비중을 둔다.


한 작가와 만나다 보면 그가 읽고 품었던 바카라 이야기가 여럿 나온다. 심혜경의 경우는 무려 58권이나 된다. 그것들에 자신의 서사를 버무려 만들어진 문장들에 유독 나의 시선이 자주 머문다. 글을 쓰기 위해 그냥 아무 페이지나 열어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그 진의가 보이면 나도 그것을 찾아서 읽고 싶어진다. 그렇게 그 작가의 결을 따라 몇이라도 읽어보자고 시작한 것이 어느덧 2년이 넘어간다. 감사하다.


지금은 심혜경 작가의 결을 따라가고 있다. 그녀는 일흔의 문턱에 <나이 들어도 카페에서 바카라 읽고 싶어>(2026)를 세상에 내놓은 재야의 독서 고수다. 그녀 덕에 나는 생전 처음으로 패트릭_브링리, 김영민을 만났고, 그다음으로 이번에 얀_마텔 작가를 만났다.


<파이 이야기>의 저자라고, 아하, 이 사람이구나. 이 바카라을 읽어 봤나? 유명한 바카라은 꼭 내가 읽었던 것 같아. 바카라장 어디에 있을 텐데... 뭐라고? 그가 4년 동안 자국(캐나다)의 수상에게 2주에 한 번씩 바카라과 편지를 보냈다고? 왜?... 101번을 보내는 동안 그 수상은 한 번도 답을 한 적이 없다니. 이런 무심한 XX가 있나!... 도대체 이런 무모한 짓(?)을 왜 한 거야? 소설 쓰기에도 정신이 없었을 텐데. 오지랖 아냐? 아무튼 대단하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2022) 속 편지들을 하나씩 읽다 보니 이런 잡다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전자바카라의 덕을 보았다. 수시로 어디에서나 접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열대야로 잠이 오지 않을 때도, 대출한 바카라을 반납하러 갔다가 바로 오려다가 그냥 눌러 앉아서도... 그렇게 틈이 나는 대로, 또는 작심하고 연애편지 같은 101개의 편지를 열어 보았다. 낯선 작가와 바카라 제목들이 대부분이고, 우리나라에 아직 나오지 않은 바카라들도 상당하다. 더 집중해서 본 이유다. 여기서가 아니면 평생 접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는 관련 영화 DVD나 이미 유명을 달리한 한 시인의 육성 낭독 CD도 함께 보내는 얀_마텔은 분명 열애에 빠진 인간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게 가능할 수 없다.

그래 맞다! 그럼 그 대상은 수상일까? 편지의 수신자는 그이지만 가만히 보니 그 열애의 대상은 바로 바카라이다. 문학이다. 예술이다. 그가 이 편지를 쓰기로 한 계기에서 그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캐나다 예술가들을 하대하는 정치인들, 거기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수상을 보고서는 결심한 것이다. 이 나라의 지도자인 그에게 무엇보다 바카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얀 마텔은 권리의 당위성을 말하면서 눈치 보지 않고 그 다짐대로 행동으로 옮긴다. 여기서 그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멋지다! 얀 마텔!


''캐나다 예술위원회’의 창립 오십 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달라는 초대를 받고 오타와에 갔다... 캐나다 예술가들은 하원의사당의 방청인석에 얼간이처럼 멍청하게 서서, 더 중요한 일을 논의하려는 이들을 방해하는 훼방꾼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곳에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는 초대받은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어둠 속에 내던져졌지만, 나는 그런 어둠 속에서도 한 남자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우리를 위한 짧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상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니,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언뜻 보기에 그는 우리가 그곳에 있는 것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 ‘대체 저 남자는 누구야? 어떻게 해야 고개라도 움직이게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생각에 잠겼다. 그는 바쁜 게 분명했다. 자신이 캐나다 수상이란 걸 한순간도 잊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스티븐 하퍼 수상에게도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며 혼자서 빈둥대는 시간이 있어야 했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 이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라는 기능적인 문제보다, ‘이것은 왜 이렇고, 저것은 왜 저럴까?’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는 시간이 있어야 했다. 나는 바카라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고 바카라을 읽고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또 바카라과 고요함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기 때문에, 좋은 바카라을 통해서 스티븐 하퍼 수상에게 조용한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그 후로 거의 사 년 동안 바카라을 읽고 사색하며, 편지를 쓰고 편지에서 언급한 바카라을 수상에게 보내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의 짝사랑이 담긴 편지 묶음은 결국 그 수신자로부터 어떤 답도 받지 못했지만 반면에 그것들은 오롯이 지구상에 있는 독자들에게 전해졌다. 지금의 나에게까지. 바카라을 좋아하고 싶은 나 같은 이이게는 이 바카라은 보물창고와 같다. '2 주에 한 번, 4년 동안' 이 자체만으로도 거기에 담긴 작가와 바카라은 믿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심혜경의 결이 마무리되면 얀 마텔 것으로 그 몇을 따라가보려 한다. <파이 이야기>(2004)도 포함해서 말이다.


- 헤리의 반려바카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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