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넷에 산골짜기 펜션 주인이 되었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산골짜기 생활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늘 조용히 바카라 보는 것을 좋아하고 여러 사람들과 섞이는 떠들썩한 자리를 피하던 나였다. 산골짜기에서 살아가면서 어느덧 모르는 이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손님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기다리고 즐기는 내가 되어 있었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자연은 잠깐 보기는 좋지만 계속 있으면 조금 지루한 곳'이라고 생각했었다. 피톤치드 덕분인 건지 산골짜기에서의 생활은 나란 사람을 하루 종일 숲만 바라봐도 좋은 사람으로 바꾸어주었다
"펜션 하면 좋겠다"라는 한 마디에서 산골짜기 펜션 주인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평소에는 결정장애가 있어 메뉴 정하기에도 시간이 걸리는 사람인데, 일이 되려니 그랬는지 오히려 큰 일 앞에서는 고민 없이 쉽게 정할 수 있었다.
10년 넘게 펜션을 운영하며 정말 별 일도, 좋은 일도, 힘든 일도 많았다. 펜션을 그만둬야 되겠다고 마음먹는 것도 단박에 결정했다.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으니 이젠 미련 없이 떠나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산골짜기에서 나온 지 시간이 꽤 흐르고 나니, 문득문득 그곳이 그리워진다. 보기만 해도 눈이 시원해지는 숲과 산바카라길에 만났던 들꽃과 작은 동물친구들, 비 온 뒤 피어오르던 물안개, 펑펑 내린 눈으로 가득했던 설경. 자잘한 인간관계 때문에 피로해질 필요가 없었던, 조용한 초록빛 공간이 참 그립다.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그리움이 이 글들을 쓰며 조금이나마 해소된 것 같습니다. 산골짜기에서의 생활을 누가 궁금해하기나 할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시작한 글이 벌써 마지막 화를 맞이했네요. 그동안 별것 없는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는 잠시 현생을 살고 산골짜기에서 나고 자란 아이와 함께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조금 있다 만나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