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학습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돌아보다가 신기한 사진을 봤다. 밭에 사발면 용기가 열을 맞춰 주르륵 엎어져있는 사진이었다. 저게 뭐지, 싶어 댓글을 열어보니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마치 익숙하다는 듯 비슷한 글을 적고 있었다.
'저희 집은 종이컵인데, 여긴 사발면이네요.'
'저 집 근처 고라니들은 아쉽겠어요.'
알고 보니 그 컵은 고라니 같은 야생 동물로부터 작은 모종들을 보호하기 위해 엎어둔 것이었다. 어느 지역이라고 특정된 것도 아니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걸 보니 밭농사를 하는 곳에선 꽤 흔하게 하는 조치인 것 같았다. 컵을 엎어놓으라고 무슨 바카라에 쓰여있기라도 한 걸까? 문득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시골에 산 지 벌써 2년 차가 되었는데도 나는 한 번도 그런 풍경을 본 적 없다. 그렇다고 내가 사는 지역 사람들만 저 노하우를 모를 리 없다. 물론 읍에 있는 밭에는 필요 없는 조치일 수도 있겠지만... 아니, 정말로 나는 밭에 컵이 엎어져있는 그 풍경을 본 적이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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