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지 않은 풍경

지각 학습

by미지의 세계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돌아보다가 신기한 사진을 봤다. 밭에 사발면 용기가 열을 맞춰 주르륵 엎어져있는 사진이었다. 저게 뭐지, 싶어 댓글을 열어보니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마치 익숙하다는 듯 비슷한 글을 적고 있었다.


'저희 집은 종이컵인데, 여긴 사발면이네요.'

'저 집 근처 고라니들은 아쉽겠어요.'


알고 보니 그 컵은 고라니 같은 야생 동물로부터 작은 모종들을 보호하기 위해 엎어둔 것이었다. 어느 지역이라고 특정된 것도 아니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걸 보니 밭농사를 하는 곳에선 꽤 흔하게 하는 조치인 것 같았다. 컵을 엎어놓으라고 무슨 바카라에 쓰여있기라도 한 걸까? 문득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시골에 산 지 벌써 2년 차가 되었는데도 나는 한 번도 그런 풍경을 본 적 없다. 그렇다고 내가 사는 지역 사람들만 저 노하우를 모를 리 없다. 물론 읍에 있는 밭에는 필요 없는 조치일 수도 있겠지만... 아니, 정말로 나는 밭에 컵이 엎어져있는 그 풍경을 본 적이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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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프리랜서 방송인, 현직 남매 엄마이자 과학해설사.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해요. 매일 검열하고 싸우면서 문장을 써요. 그래도 결국은 따뜻하고 재미있는 글쓰기를 소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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