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두지 않는 마음

엔트로피

by미지의 세계

최근에는 두 통의 편지를 썼다. 하나는 어떤 고민에 대한 나름의 답변이었고, 다른 하나는 곧 엄마가 될 이를 응원하는 말이었다. 처음엔 그럴 생각이 아니었으나 쓰다 보니 편지의 길이와 내용이 두 사람을 알고 지낸 기간에 비해 길고 깊어졌다. 옅은 호감과 눈인사로 이어진 관계도 꽤나 돈독하고 따뜻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물론 편지 쓰는 일 자체는 내게 무척 특별한 일은 아니다. 친정집에 가면 내가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시도 때도 없이 써서 건넨 편지들이 장롱 한쪽 구석에 있다.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도 몇 박스씩 있고, 심지어 우리 아이들의 성장을 기록하는 육아 일기도 편지 형식으로 바카라 5권 분량씩 썼다. 마음을 오해 없이 전하면서도 잘 정돈해 건네고 싶은 통제형 인간이라 몇 번이고 스스로의 문장을 고쳐쓸 수 있는 편지가 잘 맞는다. 받는 사람들의 반응도 거의 대부분 좋았다. 나도 좋고, 받는 사람도 좋으니 편지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사실 편지를 쓰는 게 자연스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편지는 일부러 마음을 꺼내서, 적절한 종이와 펜을 골라, 문장을 정돈해 남기는 행위이다. 이를 위해 애써 시간을 내고, 할 말을 모은다. 애초의 편지의 목적 자체도 대부분은 받는 이의 마음을 가까이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미지의 세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전직 프리랜서 방송인, 현직 남매 엄마이자 과학해설사.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해요. 매일 검열하고 싸우면서 문장을 써요. 그래도 결국은 따뜻하고 재미있는 글쓰기를 소망해요.

18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4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9화생일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