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최근에는 두 통의 편지를 썼다. 하나는 어떤 고민에 대한 나름의 답변이었고, 다른 하나는 곧 엄마가 될 이를 응원하는 말이었다. 처음엔 그럴 생각이 아니었으나 쓰다 보니 편지의 길이와 내용이 두 사람을 알고 지낸 기간에 비해 길고 깊어졌다. 옅은 호감과 눈인사로 이어진 관계도 꽤나 돈독하고 따뜻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물론 편지 쓰는 일 자체는 내게 무척 특별한 일은 아니다. 친정집에 가면 내가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시도 때도 없이 써서 건넨 편지들이 장롱 한쪽 구석에 있다.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도 몇 박스씩 있고, 심지어 우리 아이들의 성장을 기록하는 육아 일기도 편지 형식으로 바카라 5권 분량씩 썼다. 마음을 오해 없이 전하면서도 잘 정돈해 건네고 싶은 통제형 인간이라 몇 번이고 스스로의 문장을 고쳐쓸 수 있는 편지가 잘 맞는다. 받는 사람들의 반응도 거의 대부분 좋았다. 나도 좋고, 받는 사람도 좋으니 편지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사실 편지를 쓰는 게 자연스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편지는 일부러 마음을 꺼내서, 적절한 종이와 펜을 골라, 문장을 정돈해 남기는 행위이다. 이를 위해 애써 시간을 내고, 할 말을 모은다. 애초의 편지의 목적 자체도 대부분은 받는 이의 마음을 가까이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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