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기류
얼마 전 좋아하는 선배들을 만났다. 전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분들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분위기 좋은 식당에 모여 앉아 몇 마디 이야기 나누니 금방 절로 웃음이 났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저런, 이라고 포장은 했지만 대화는 '서로가 만난 최악의 상대'를 묘사하는 것으로 문을 열었다. 아무래도 나 때문이었다. 한동안 애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다가 다시 슬롯로 나와 여러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풀려나오다 보니 마음 한쪽에 있었던 괴로움도 함께 새어 나왔다. 어차피 선배들은 내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들어줄 사람들이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 날것의 감정을 받아내는 것은 참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걸 오랜만에 만난 소중한 지인에게 떠안기고 싶지 않았다.
사실 나는 누군가에게 불만을 이야기하거나, 나쁜 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유독 조심스럽다. 미운 감정에도 결국 한계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미워해봤자 바뀌는 거 없고, 그 마음이 오래가지도 못한다. 그래서 나는 결국 기꺼이 그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가 그 상황에 있으면 얼마나 더 나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행동이 어느 정도는 정당할지도 모른다고,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 생각해 보면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니 할 말은 없죠. 아무튼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어요."
평소처럼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그때 한 선배가 단호하게 말했다.
"넌 안 그랬어. 그랬던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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