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이 영 잡히지 않는다.
괜찮아지나 싶더니 추석 장 보러 사람 많은 마트에 갔을 때, 인파 틈으로 물건 보겠다고 고개를 빼다가 왼쪽 허리 근육이 뭉쳤다. 큰일이다 싶어 바로 찜질을 했지만, 일주일 지난 지금까지도 불편함은 계속되고 있다.
다니던 정형외과에 가서 약 처방받고 물리치료를 받을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하. 지. 만... “한 번 더 삐끗하면 시술이나 수술해야 할지도 몰라요”라고 했던 의사 선생님 말씀이 생각나서 오히려 병원을 피하게 된다.
“이번에는 삐끗이 아니고요, 그냥 근육이 뭉친 건데요…” 혼자 마음속에서 중얼거린다. 늘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는 의사 선생님에게 먹힐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나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허리에 대한 시술은 요리조리 피하면서도, 통증이 거의 없는 지방종 제거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기로 한 상황을 생각하면 이게 맞나 싶기도 하다. 워낙 한꺼번에 여기저기 고장이 나다 보니 이런 일도 있는 거지 하면서도, 지방종 수술을 위한 입원 준비물보다 복대, 보조 쿠션 등 허리를 위한 준비물을 더 많이 챙기고 있는 아이러니라니… 자꾸 웃음이 새어 나온다.
병원에서 안내해 준 자료를 보면서 하나씩 준비물을 챙긴다.
일반적인 여행 준비물(속옷, 먹는 약, 휴지, 수건, 세면도구 등) 외에 병원 생활이라 필요한 준비물이 몇 가지 추가되는데, 그중 특이했던 것이 ‘뒤축 있는 실내화’. 병원에서는 뒤가 막히지 않은 슬리퍼는 위험해서 못 신게 한다고… 그래서 뒤꿈치를 감싸는 (혹은 끈에 걸리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고 한다.
현관에 굴러다니던 끈 달린 크록스를 대충 물에 씻어 말려 놓는다. 이걸로 병원 복도를 당당히 활보할 예정.
예전에 전신마취로 수술을 받았을 때 마취에서 깨면서 몹시 추웠던 것이 생각나 도톰한 수면양말도 한 켤레 챙긴다. 발목이 시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뭔가 눈치를 챘는지 껌딱지 하악이가 오늘 아침부터 내 옆에 바싹 붙어서 안 떨어진다.
생각해 보면 고양이들이 집에 오고 난 이후 다른 곳에 가서 1박을 해 본 적이 없다. 약간 걱정되지만, SNS에서 봤던 어떤 고양이 집사의 이야기에 따르면 며칠 입원하고 나서 집에 돌아가니 고양이들은 멀쩡한데 집이 엉망이 되어 있어서 퇴원하자마자 대청소를 했다고 한다.
얼마나 싫었을까 싶은 그 상황이 나에게도 닥칠 수 있음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다. 수술이야 마취 시작하고 나서는 의료진이 다 알아서 해 줄 일이지만 대청소는 수술 직후의 내 몸을 움직여야 하니 수술보다 더 무섭지 않겠는가.
남편? 고양이와 더불어 그분은 어지르는 업무 전담이다.(참고로 그 SNS 글쓴이도 남편이 있는 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