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달리기가 싫어질 뻔했다

하룻밤 사이의 케이던스와의 전쟁!

byHelen

작년 가을, 지인의 추천으로 슬로우러닝을 시작했었다.


지인은 “코로 호흡이 가능할 정도의 속도로 뛰는 것”이라고 아주 간단히 설명해 주었고, 잠깐 시범을 보여주었다. 내가 배운 러닝은 그게 전부나 다름없다.


하필 러닝을 처음 시작한 시기가 늦가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날씨가 급격히 추워졌고, 러닝하고 땀을 흘린 뒤 체온이 떨어져서인지 감기에 자주 걸렸다.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바닥을 치는 날들이 이어졌고, 러닝은커녕 일상생활조차 겨우 지탱하며 그 어느때보다도 추운 겨울을 보냈다.


면역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느낌이 들어, 급한 대로 홍삼 엑기스와 (효과 없다고 온 동네에 소문난) 알부민 등 각종 영양제를 챙겨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요양(?) 하며 컨디션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체중계에 올라갔다가 생전 보지 못한 숫자가 화면에 떡 하니 나타는 걸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영양제를 먹으면서도 거의 매일 하루 만 보씩 걸었건만, 역시나 전문가들의 말대로 걷기 운동이란 것은 체중 감량은 물론이고 체중 유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산 증인이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이, 작년 가을 잠깐 시도했다가 멈췄던 슬로우러닝이다.


다시 시작해 볼까 생각하며 준비물을 챙기다 보니, 작년에 샀던 러닝화가 마음에 걸렸다. 세상 편하다고 소문난 뉴발란스 러닝화였는데 이상하게도 내 발에는 불편했고 몇 번 뛰지도 않았는데 왼발 검지발가락에 멍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다. 과감히 중고시장에 내다 팔고, AI의 도움을 받아 무지외반증인 내 발에 맞는 운동화를 새로 추천받았다. AI의 추천은 아식스 젤 콘텐드 9 와이드.

광고 아님!


직접 신어보고 사고 싶었지만 동네 오프라인 매장을 다 돌아다녀도 찾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불안한 마음을 안은 채 새 운동화를 신고 우선 살살 걷는 것부터 시작해 보았는데, 평소에 신던 스케쳐스 워킹화와 비슷한 수준의 편안함이 느껴졌으니 참 다행이다. 러닝벨트는 작년에 사두었고, 기록을 확인하기 위한 나이키 런클럽 앱도 이미 설치해 두었다. 초보 러너로서의 소박한 재정비는 이로써 끝났다.


본격적으로 슬로우러닝을 다시 시작한 것은 지난주부터다. 오랜만에 다시 뛰는 것인데도 작년 가을에 뛰었을 때보다 호흡이 더 편했고, 다리는 한결 가벼웠다. 새 운동화 덕분일까? 아니면 그동안 열심히 챙겨 먹은 영양제의 영향일까? 아무렴 어때!


때마침 4개월째 독서 중인 『내면소통』에서 고유감각 훈련과 관련해 존 2 운동을 소개하는 부분을 읽게 되었다. 기막힌 타이밍이다. 바카라에서는 명상 차원의 러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코로 호흡이 가능한 정도로 뛴다”는 점에서는 내가 하고 있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존 2 운동은 최대 심박수의 60~70%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라지만, 스마트워치 같은 기기를 쓰지 않고 있는 초보 러너에게는 ‘코호흡이 가능한 러닝’이 가장 직관적인 기준이다.


다만, 바카라을 읽고 나서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요소가 생겼으니 바로 케이던스다. 1분 동안 발이 지면에 닿는 횟수인 케이던스는 분당 170~180 정도가 자연스럽다고 『내면소통』에서는 말하고 있다. 그동안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항목이라 갑자기 궁금해져서 지난 러닝 기록을 확인해 보았는데, 나의 기록은 130 전후. 생각보다 낮은 수치에 적잖이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낮을 수가 있지? 이상했다.

공부 없이 ‘일단 뛰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 어젯밤 모처럼 유튜브와 AI를 동원해 내 주법의 문제점과 케이던스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몇몇 방법이 제시되어 있었는데 솔직히 이거다 싶은 것은 없었다. 일단 직접 내 몸으로 테스트를 해봐야 할 것 같아 오늘 아침,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바로 호수공원으로 나갔다.


평소에는 휴대폰을 손에 들고 뛰었지만, 오늘은 팔 흔들기에도 신경 써야 해서 러닝벨트에 휴대폰을 넣은 채로 뛰었다.(케이던스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로 다리에 신경 쓰지 말고 팔을 흔드는 리듬을 바꾸라는 조언이 많았음) 짧은 구간을 뛰면서 이것저것 시도하며 기록을 확인했는데, 뜻밖에도 케이던스가 더 떨어져 있었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답답한 마음에 오기가 발동해서 여러 번 테스트를 반복하면서 기록을 확인한 끝에 의외로 명쾌한, 그리고 기분 좋은 결론에 도달했다.


결론 1.

그동안 케이던스가 130밖에 나오지 않았던 이유는, 뛰는 구간뿐 아니라 중간에 쉬면서 걷는 구간의 기록까지 함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아주 단순한 평균의 함정이었던 것)


결론 2.

오늘 아침 신경 쓰면서 뛰었는데도 케이던스가 더 낮아진 이유는, 러닝벨트에 넣은 휴대폰이 내 몸의 움직임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혹시 몰라서 휴대폰을 꺼내 전처럼 손에 들고 뛰자 케이던스가 170으로 측정되었다.


결론3.

나의 주법에는 큰 문제가 없다!! (평균의 함정과 휴대폰의 감지력에 문제가 있었다)

안도하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유튜브에서 케이던스 170에 맞는 음악을 찾아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을 다운로드했다. 이제부터는 주법에 신경 쓰기보다는, 음악에 맞춰 즐겁게 달리면 된다. 케이던스 때문에 잠시 러닝이 싫어질 뻔했지만, 다시 의욕이 생겨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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