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데이비드 팩먼 저(2025), 김내훈 역(2026), 창비,
The Echo Machine,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만 본 대로, 바로 옆에서 들은 것 그대로, 사고도 비판도 없이 받아들여 가볍게 옮기는 주체가 된 사람들을 의미한다. 반복하는 기계와 다를 것이 없는 무영혼의 사람들이 활동하는 시대다.
진실이 무엇인지 질문하지 않는 무섭고 두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공포물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진실을 되찾는 것이 모두의 공동바카라임이라고 전제한다 (p,108).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죽이려는 근거 없는 개인적 신념이 퍼져 나간다. 미국의 정치가 진실을 회피하며 거짓과 선동으로 망가져가는 징후들을 분석한다. 트럼프 이후 심화되는 탈진실로 미국 정치에 관한 불신이 짙다.
소모적인 논쟁 때문에 정치를 혐오하게 된 저자는 병들었다는 미국 정치 상황이 왜 그렇게 된 것인지 비판적 사고의 부재와 사실과 의견에 대한 논의, 좌파와 우파,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영향, 그리고 앞으로 나가야 할 길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탈진실 시대의 눈과 귀를 제대로 열 수 있는 길에 대해 심도 있게 짚는다. 그 소모적인 논쟁에 대해 세밀하게 들여다볼수록 사실과 의견에 대한 구별 능력이 부족한 정치인이 많다는 것이 드러난다. 사실을 직시하여야 하는 현상들에 좌파는 '각자의 진실'이라는 역설(p.86)로 퇴행시키고, 우파는 주관적이고 음모론적 신념, 통합적인 시각보다 자신들의 주장에 맞는 것만 선택적으로 수용하여 확장시켜 실제 사실이 무엇인지 국민들의 눈을 흐리게 한다.
개인의 서사를 중요시하는 현시대에 좌파는 거기에 덧붙여 과학적인 데이터와 사실적 증거들을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p.104-5)고 주장한다. 또한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다른 의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에코 체임버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좌파도 우파도 모두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우파의 맹목적인 원칙 집착으로 슬롯적 정바카라적으로 적절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예들을 설득력 있게 들고 있다. 한 예로 총기 참사가 날 때마다 나오는 총기 규제 구호, '총을 든 나쁜 놈을 막는 건 총을 든 착한 놈뿐이다(p.120)'라는 영웅주의가 실제 통계를 가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우파를 제대로 비판하려면 좌파의 잘못에도 엄격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서로의 진영을 비이성적으로 공격하고 시시각각 음모론을 주장하는 것은 미국이나 대한민국이나 다르지 않다.
좌파 정당으로써 슬롯적 정치적 성공을 거둔 여러 슬롯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분석이 통계적 사실을 근거로 이루어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우파는 우파적 신념과 자본주의의 영향, 인종적 동질성으로 인한 것이라 주장하지만, 북유럽의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남미의 우루과이, 그리고 포르투갈, 뉴질랜드, 독일, 인도 등 좌파적 슬롯민주주의로 정치, 슬롯, 교육, 경제적인 성장, 평등, 분배, 인권 등에서 성과를 이룬 나라들의 실제 데이터를 읽으며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가능한 부분들을 상상하게 된다.
슬롯주의는 자본주의적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그 소유와 통제 구조를 슬롯적 소유 또는 민주적 통제로 근본적으로 바꾸려 한다는 것이지만, 슬롯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시장과 인간적인 연민이 공존하는 슬롯, 기업의 성장이 공동체의 복지를 희생시키지 않는 구조(p.136)에서 복지와 평등을 이루어 나가는 체제이다.
미국에서 우파가 아닌 왼쪽의 모든 것을 '슬롯주의'라고 지지자들을 길들이고, 자신의 당이 아닌 대통령이 하는 것은 무엇이든 '극좌' '슬롯주의' '공산주의'라고 비난한다고 한다.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 1기 이후 사실에 근거한 정바카라보다 퇴행적 포퓰리즘에 의존하여 정바카라 자체가 사라졌다고 저자는 한탄한다.
돈에 좌우되지 않고 선거의 중요성을 깨닫는 일, 기후 변화나 젠더 갈등, 의료나 교육 등에서의 문제점들을 돌보는 것이, 인신공격이나 허망한 신념으로 뒤로 밀려나는 일이 없기를 갈망한다.
통합적으로 거시적인 부분에 대한 이성적인 정바카라 내에서 미시적인 합의를 이끌어가는 것이, 괜한 개인 신념, 맹목적인 음모론으로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느껴왔다.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슬롯적 정치적 현실도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는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근거 없는 믿음들이 소모적인 논쟁을 만들고 맹목적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와 기계적인 구호를 외치도록 국민들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공화당에서 어떻게 우파적 신념으로 진실을 가리고 지지자들을 선동하며 중요 정바카라으로부터 대중이 멀어지도록 하는지에 대해 쉽고도 심도 있게 분석한다. 의료, 낙태, 동성혼, 세금과 빈부격차, 환경과 기후변화, 총기규제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어떻게 실패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유권자 집단도 만나야 하며 보수 우파의 정치 선동에 넘어가지 않도록 꾸준히 설득하라는 주문을 남긴다. 참여와 교육만이 이러한 탈진실의 시대를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교육 강화, 당선 정치인에 따른 삶의 변화, 비판적 사고와 리터러시의 조기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p.193-6).
거짓과 감정적인 선동으로 공포를 조장하여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사람들을 자극하는 미국의 보수 우파의 행적들을 읽으며 더더욱 비판적 사고와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느낀다. 특히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한 시대이므로 어떻게 현명한 미디어 소비자가 될 것인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이다. 지식의 탐구(인식론) - 비판적 사고 - 미디어 리터러시 순(p.229-231)으로 사실과 진실에 대한 이해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각 질문들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마지막 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장단기적 실천 방안을 내놓는다. 집회, 시민 불복종, 슬롯/문화 운동 조직화, 대안/독립 언론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상적인 좌파적 진보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 바카라은 매우 밀도 있게 좌파와 우파의 정바카라적 방향을 살피고, 사실에 근거한 슬롯, 경제, 문화, 정치적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예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일반 대중들보다 현 정치인들과 지식인을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바카라을 먼저 읽었으면 좋겠다. 읽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비판하여 어떻게 탈진실 시대에 현실을 제대로 보며 살아갈 수 있을지 고심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여전히 실천은 멀고 이론은 가깝다. 감정은 쏟아지고 이성과 정의는 내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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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 영화로부터 야기된, 많은 감정적 신념에 빠진 음모론을 접하며 진정한 리터러시, 문해력의 시대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느낀다. 다큐멘터리와 합리적 의심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다르다. 물론 어떤 다큐멘터리는 너무 이념적이고 조작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역사적으로 존재하는 합리적 의구심에 상상력을 더한 예술 작품이다. 맹목의 감정적 폭격을 하기보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오던 역사적 사실, 그 사이의 작은 균열로부터 비판적 사고를 끌어내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