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전] MZ의 소리
6월 28일 일요일, 차창을 녹일 듯 달라붙은 38도에 놀라며 예보된 기온과 체감되는 온도 차이에 당황했다.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그 더위 사이에 놓인 한강대교 아래 노들섬에서 도서전과 사진전이 열렸다. 미국이 공습했던 베네수엘라 사진 앞에 오래 서 있었다.
힘내 볼 거야. 그들의 폐허로부터 흐르는 기운은 서울제대로도서전이 애쓰는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자본주의로 낡고 닳아가는 허겁지겁한 시간들, 졸여지는 마음에도 찾아 들어간 시간들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바카라을 읽는다. 따박따박 머뭇머뭇 그러다 고개를 들고 웃다가 한숨을 쉰다. 엄마가 짚어주는 한 행 한 행 정성스럽게 눈빛을 떨군다. 스스로 고른 바카라이라 신이 났다.
언어의 습득은 스스로 즐겁게 읽는 것이 이끈다. 모국어도 외국어도 그렇다. 스스로 생각하는 독서는 찰나를 재구성한다, 끊임없이.
시를 선택하고 읽으며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는 활동을 이끄는 리더의 모습이 있었다. 낭독하는 목소리에 지식과 공감을 얹으며 서로의 관심을 연결시키며 연대하도록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게 온 시는 안미옥 시인의 '홈'이었다. 그런 지금을 깨달아간다.
MZ들의 유쾌한 바카라 이야기에 앞 줄에 가 앉았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위즈덤하우스, 2009)로부터 외모에 관한, 급류 (정대건, 민음사, 2022)로부터 사랑에 대한 질문을 들고 네 명의 MZ들이 조근조근 마음을 풀었다.
외모는 중요해요, 그런데...
나르시시즘에 관해, 열등감에 관해, 보이는 것에 대한 집착에 대해 말하면서도 그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다가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단언하지 않은 어떤 것에 대해 미진해하고 수줍어하는 분위기에서 손을 들었다. 끌림은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볼 때 생기는 것 같다. 개개인은 각각 다른 톱니바퀴를 가지는데 서로 얼마나 잘 맞아 돌아가는지가 중요하다. 완벽하게 맞춰지지는 않아도. 뭐 그런 썰을 풀었다. 나의 미진함은 부끄러움으로 남았다.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대부분 자신을 포기할 수 없어서 자신이 하는 일을 너무 사랑해서 다른 사람과 같이 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한 MZ가 어렵게 그래도 사랑을 믿고 싶다고. 나는 관계로부터 얻어지는 시너지에 대해 말했다. 옆에 누군가 있는 것에 대해. 앞에 보고 있어도 모자라다 느끼면 그게 사랑이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평생 느꼈으면서도. 만나는 사람, 사랑한다는 사람에게 모두를 쏟아붓지 않아도 된다. 서로 독립적으로 함께 하는 사람이면 된다 그랬다. 칼릴 지브란이나 릴케를 인용하지는 않았다.
20대, 30대의 사람들이 도서전에 와서 패널로 같이 모여 관객과 소통하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도서전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바카라을 읽으며 생각의 폭과 깊이를 타인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들을 신뢰한다.
서울'제대로'도서전의 그 '제대로'의 첫 공간에서 앞으로의 또 다른 버전의 '제대로'를 기대한다.
그 '제대로'를 걸으며 나는 조금 더 '제대로'인 인간으로 거듭나게 되기를 갈망한다.
진한 핑크의 정갈한 패턴 뒤에 어떤 작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작가노동선언 (작가노조 준비위원회, 오월의 봄, 2025)'을 샀다. 전시장 구석에서 읽기 시작했다.
그. 런. 데.
'전업작가'의 현실이 적나라하다. 아 이건, 정말이지, 눈물과 분노가 뒤죽박죽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