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싸야 할 짐이 많아
때가 되었나
빛의 속도로 지나가는 세상의 우왕좌왕에 오래도 끼어 있으려 애를 썼나 보다.
짐을 싸야지
가장 가까운 시간으로부터 털어낼 것을 확인하는 것이 쉽다. 먼 곳에서 시작하면 끊임없이 흐려지는 지금을 제대로 살지 못한다.
망설이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정할 수 있는 건 길일을 따져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 자유를 포기하지 못하는 거다.
아쉬운 목소리를 메모지에 접어두고 수줍게 받은 감사 메시지는 깊숙하게 넣어 둔다. 허투루지 않도록 분류하고 재활용함에 덮어둔다. 가져갈 것과 떠나보낼 것들 사이에는 주저함이 분주하다.
너무 세상에 기대지 않도록 내 안으로 할 이사다. 시간을 정리하고 온기를 분류한다.
쓸모 있음과 없음에 기대지 않는다. 효율적인가 아닌가를 밝히지 않는다. 여유를 참지 못하는 바쁜 언어들을 공허로 묶어 마음 밖으로 내어 놓는다.
습관적으로 했던 다짐과 기록을 살핀다. 그간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결심을 내려놓는다. 마음을 옭아매던 촘촘한 욕망을 풀어 떠나보낸다.
가벼워진 마음을 실을 작은 수레를 빌려 다음 정착지를 향해 짐을 쌓는다. 미련을 못 버린 짐이 짐짝이 되면 다시 낡은 마음을 정리하고 분류하리라.
여행지에 온다는 비 소식에 우비를 챙기고 우산을 챙겼지만 마음의 비는 어쩌나 하는 우려가 여전히 깊다.
먼 끝에 짐을 떼어 놓고 긴 꿀잠을 자야지. 가슴에 사는 통증과 맹점의 고통을 잘 견디며 조용히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