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 서윤이가 보고 싶어 | 어린이집 ①

시간이 필요한 관찰의 기록

by가을꽃나무


이런저런 이유로 어린이집을 옮기기로 결정한 5월 첫째 주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5월 4일은 첫 입소 날.

하지만 다음 날이 5일 어린이날이라 첫날부터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

이미 입소 전부터 주말마다 이 어린이집 근처에서 놀던 참이었다.

"어~ 솔아, 이 건물 뭐 하는 곳일까? 알록달록 색깔이 무지개 같다! 우리 색깔 찾아볼까요?"

"네~네~ 엄마."

"분홍색깔♪ 분홍색깔♪ 어디 있나요~♪"

"요기요♪ 요기요♪ 요기 있어요~♪"

어느 날 지나가다 문득 물어봤다.

"솔이, 혹시 이곳에 들어가 보고 싶어?"

"네."

고민도 없이 대답이 나왔다.

그래서 우리는 어린이집 벨을 눌러 소개를 하고 조용히 들어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마침 해당 어린이집과 이미 상담을 마친 상태라 눈빛으로 교환은 끝난 상태였다. 담임선생님이 될 분도 만나볼 수 있었다.

집에 오는 길 나는 조용히 물었다.

"솔아, 여기 어때?"

"좋아."

"다른 친구들도 같이 놀았는데 어땠어?"

"재밌었어."

"아! 선생님도 계셨는데 선생님 어떤 것 같아?"

"선생님 좋아."

나는 "다행이다"라는 말을 속으로 넘겼다.

그렇게 첫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등원 후 얼마 지나 하원길에 선생님 한 분이 말씀하셨다.

"어머님~ 솔이가 원래부터 원에 다니던 아이 같아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솔이가 많이 활발하죠."

그렇게 입소 후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차를 타고 구름어린이집을 우연히 지나던 중이었다.

갑자기 뒷자리에서 솔이가 말했다.

"햇살 가고 싶어.."

"으~응? 햇살? 여기는 구름인데?"

"아니~ 햇살 어린이집."

나는 별생각 없이 말했다.

"지금은 구름 어린이집 다니고 있잖아."

솔이는 잠시 있다가 말했다.

"네...."

그리고 다시 또 대답했다.

"알았어.."

그 말을 뒤로 늦어진 약속장소로 향했다.


솔이는 첫돌부터 어린이집을 다녔다.

그런데 집에 와서 하루를 이야기해 주거나 친구 이름을 말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누구와 놀았는지, 뭐 했는지 물어보면 "재밌었어." "신기했어."만 말할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같은 이름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초희 보고 싶어."

다른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온 날에도 그랬다.

"초희 보고 싶어."

그러다 어느 순간 초희 이름이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바쁜 일상 어느 날 알림장을 보다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자세히 봤다.

초희가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께 여쭤보니 이사를 간 것이었다.

집에 와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솔아, 초희 이사 간 거 알고 있었어?"

솔이는 가만히 있다 조용히 대답했다.

"......... 응."

그게 끝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린이집을 옮기고 나서 가끔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솔아, 초희 기억나?"

"......."

"솔아, 초희랑 수영장 갔을 때 라면 먹었던 거 기억나?"

"응."

"솔이 매운 것 못 먹는데 먹었잖아."

"맞아!"

"초희도 그날 라면 처음 먹은 날이었대."

"응. 맞아~"

그럴 때면 솔이는 웃었다.
그리고 가끔 다시 말했다.

"초희 보고 싶어."

그러다 우연히 햇살의 같은 반이었던 서윤이를 만났다.
함께 밥도 먹고 놀기도 했다.
그 뒤부터 거의 매일 초희가 아닌 서윤이 이름이 들렸다.

"서윤이가 보고 싶어."

며칠 뒤에도.

"서윤이네 가자."

또 어느 날은.

"서윤이랑 놀고 싶어."


어린이집을 옮기고 얼마 후부터 외할머니 댁으로 가는 길을 일부러 돌아 햇살 앞을 지나게 갔다.

"어~ 여기 어디지? 어디서 본 곳인데~ 어디더라~~~?"

"햇살이다~"

"엄마 여기 여기."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질문을 했는데 솔이는 대답 대신 다른 말을 했다.

"엄마 어디 가요?"

"무슨 말이야. 여기 어디더라?"

"모른 어린이집."

이상했다.
하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또 어느 날도 같은 질문을 했다.

"어~ 여기가 어디지?"

그러자 솔이는 짜증도 아니고 화도 아닌,
그 중간쯤 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순간 놀랐다.
원래 엉뚱한 말을 잘하는 아이다.
하지만 이번은 엉뚱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 뒤부터 솔이는 햇살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나도 묻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가끔 햇살 앞을 지나갔다.



부모참여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설렘 반 긴장 반으로 솔이와 함께 반으로 들어섰다.

정신없이 들어서며 아이들끼리 인사 없는 와중에 눈이 마주친 부모와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수업이 시작됐다.

솔이를 바라보니 심심해 보였다.
흥이 있는 곳이라면 멍을 때리는 일이 없는 아이인데.
종종 멍하니 있었다.
낯선 모습이었다.

각반의 마지막 진행은 농장 체험이었다.

솔이는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신나게 혼자 놀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전체 행사 시간.
흩어졌던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바로 뒤에 같은 반 친구 두 명이 있었다.
솔이의 시선이 고정됐다.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동생으로 보이는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놀다가 내 품에 안겼다.

그러다 갑자기 내 손을 잡고 끌었다.

"집에 가..."

"집에 가자고?"

"응."

두리번두리번 담임선생님을 찾았다.

"선생님."

"네~ 어머님."

"혹시.. 얼마나 남았을까요?"

"조금 남았는데.. 왜요?"

"솔이가 집에 가자고 해서요...."

멋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 그래요. 곧 끝나요. 어머님"

"네, 알겠습니다."

입구에서 기다리는 솔이에게 다가갔다.

"솔이야, 이제 얼마 안 남았대. 조금만 더 있다가 집에 가자."

"아니야~"

무릎을 굽혀 솔이의 눈을 마주 봤다.

"솔아, 엄마도 지금 집에 가고 싶어. 그런데 행사를 다 마치고 가야 해. 우리 조금만 더 기다려주자."

"................"

고개를 숙이고 대답이 없는 솔이에게 나는 다시 물었다. "응?"

"네..."

솔이는 아까의 자리로 가는 대신 내 무릎에 앉아 나를 안았다.

나도 솔이를 안고 흐르는 음악 소리에 맞춰 조용히 콧노래를 불러줬다.

솔이는 햇살의 행사 때면 오히려 우리의 손에 이끌려 빠르고 신속하게 집으로 향해야 했다.

늘 손이 잡혀 이끌려 가는 그 길은 '더 있고 싶은' 여운이 남는 아이였다.


솔이는 놀이터를 좋아한다.
하지만 놀이기구 때문만은 아니다.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서다.

그날도 나는 가기 싫었다.
이상하게 불안한 마음으로 결국 이끌려갔다.

그네의 순서를 기다리는 솔이의 눈에
두 여자아이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인 것 같았다.

"어! 친구다."
그리고 달려갔다.


아이들은 솔이의 반응에
뛰어오던 발을 멈춰 섰다.

솔이는 "악어. 악어. 나도 놀래."

".... ****.....*****......**.."

솔이는 다시 말했다.
"나도 같이 놀자."

하지만 솔이를 향한 반응은 없었다.

그러자 아이들과 놀아주시던 아버님께서 솔이를 보곤 대신 대답해 주셨다.
"같이 놀고 싶니?"

솔이는 "네~"

그렇게 그 아버님은 괴물이 되어 솔이를 쫒으셨다.
"크앙~ 잡으러 가자"

"으아~~ 악 히히히히히~"

그 모습을 보던 다른 한 아이가 자신의 아빠를 붙잡으려 쫓아가다 넘어질 듯 신발이 벗겨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괜찮니?"

"..............."

"넘어질 뻔했네.."

"..............."

"신발이 벗겨졌네" 말하면 신발을 주어주었다.

그리고 아이의 아빠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님 아이 챙겨주셔야 할 것 같아요"

그러자

"아~네"하며 서로의 아이에게로 향했고 나는 솔이에게 물었다.
"괜찮아?"

"..........."

"어디 보자. 다행이다. 안 다쳤네~"

내가 챙겼던 그 아이는 나를 바라보다 자신의 아빠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괜한 참견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표정이 좋지 않은 솔이를 보며 나는 약속한 5분이 지남을 말해주기 전에 장난을 치듯 괴물 놀이를 다시 시작했다.

"크~르릉~ 크~악~ 잡으러 가자"

그 말에 솔이도 금세 웃음을 터뜨리며 도망쳤다.

"키키킥 아~악!"

동시에 나는 솔이를 등에 들춰멨다. 문쪽으로 걸었다.

그러자 솔이는 "아니야~"

"이제 5분이 지났어. 가야 할 시간"

"싫어~싫어~"

"엄마와 약속한 시간이야"

"아니야~"

대성통곡이 시작됐다.

"갈 시간이야!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엄마도 더 이상 솔이와의 약속은 지킬 수가 없어"

"싫어~"

"그럼 엄마 먼저 갈게"

"으앙~ 엄마~엄마 미워~"

"엄마~"

등 뒤로 계속해서 우는 소리가 들렸지만 뒤를 보진 않았다.
그렇게 입구에 다다라 뒤의 문을 돌아보고 서 있었다.
내가 멈춘 걸 느꼈는지 뽀로록 엉엉 울면서 뛰어온다.

"엄마 같이 가요 엄마~"

문 입구로 나온 아이와 눈을 맞춰 무릎을 꿇고 말을 이어갔다.

"엄마도 더 놀게 해주고 싶어 하지만 약속은 지켜야 해"

"엉엉"

"더 놀고 싶은 거 알아. 오늘은 그만 놀고 집에 가자, 엄마 일 해야 해!"

고개만 끄덕이며 나의 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자! 가자"

손을 내밀어 아이의 손을 기다렸다.

그렇게 손을 잡고 걷기 시작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방긋 웃어 보이며 묻는다.


"엄마 어디 가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씁쓸하게 대답했다.
"집에 간다고 말했는데... 집에 가서 씻고...***...**..**"


놀이터 사건 이후.


나는 결국 햇살 어린이집을 찾아갔다.
햇살 앞에 차를 세웠다.

"솔아, 여기 어딘지 알아?"

"어린이집."

"솔이가 다녔던 곳이지?"

"응."

"엄마가 딱 한번 물어볼 거야. 솔이 햇살 들어가 보고 싶어? 아니면 집에 갈래? 솔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줄게."

솔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작게 말했다.

"... 가고 싶어요.."


연장반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예전 반 친구들은 없었다.
대신 하원 전인 동생들과 놀고,
선생님과 눈을 맞추고,
포옹도 했다.

"언제든 놀러 와."

선생님의 말에 솔이는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멈춰 섰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날 밤.

처음으로 말했다.

기분 좋게 씻고 나온 솔이와 눈을 마주쳤다.
머리를 말리며 말을 이어갔다.

"솔아, 엄마가 솔이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혼내려는 거 아니야. 엄마 봐줄래요?"

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아, 엄마는 솔이가 슬프고 속상할 때 엄마한테 말하지 못하고 꾹 참고 있는 거 싫은 것 같아."

솔이가 비스듬히 있던 얼굴을 바르게 하고 눈을 맞춰줬다.

"솔이가 친구들이나 어른들에게 속상하고 슬플 때 엄마한테 솔이 마음을 말해줬으면 좋겠어."

솔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솔아, 엄마는 솔이가 어떻든 늘 솔이 편이야. 알았지?."

"응."

사랑스럽고 귀여운 내 아이를 품에 안았다.

"엄마한테 솔이는 아~주 많~이 소중한 거 기억하고 있지?"

"응."

"엄마가 아주 많이 많이 사랑해. 소중한 솔이."

간지럼 공격을 하며 장난했다.

"간지러 키키키킥"

그리고 생각하고 있던 말을 고르며 말로 건넬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나의 공격을 받아라~"

"키키킥 키킥킥"

그리고 조용히 긴장하며 건넸다.
"오늘 햇살 다녀왔잖아. 기분이 어때?"

"응... 좋았어."

"어떤 게 좋았어?"

"음... 장난감."

"장난감 놀이가 재밌었구나... 선생님이 없을 줄 알았는데 계셔서 다행이었지?"

"응 마자"

"선생님 만나니까 어땠어?"

"좋았어."

"솔이 오늘 선생님도 만나고 동생들이랑 놀다가 와서 기분이 좋은가 보네."

"응 좋아."

기분이 좋아진 아이를 보며 나는 긴장됐지만 태연한 척 다음 질문을 물었다.

"그럼 구름 어린이집은 어때?"

"으응.. 약 냄새.. 연기나. 싫어."

"응? 약냄새? 연기? 어떤 약냄샐까."

"응~ 연기 나는~ 응~ 약냄새."

"그래, 솔이는 구름에 연기 나는 약냄새가 싫구나."

"응."

"그럼 친구들은 어때?"

"... 싫어."

"싫구나... 그런데 엄마가 알기로는 지오는 솔이를 잘 도와주는 친구 아닌가? 지오도 싫은 거야?"

"음... 지오는 아니야."

"지오는 아니구나..."

이렇게 말하고 끝인 줄 알았던 대답이 살짝 망설이듯 다시 이어졌다.

"채서 싫어."

"미안해, 엄마가 잘 못 들었어."

"채. 서."

"아~ 채서가 싫구나.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왜 싫은지 물어봐도 될까?"

"응~ 채서는 안 놀아주고... 응~ 응ㅇㅇ."

"그래서 우리 솔이가 채서가 싫구나. 괜찮아, 솔이를 속상하게 하거나 슬프게 하는 친구는 싫을 수 있어."

"그럼 다른 친구들은?"

하고 말을 건넸지만 다른 친구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등원 준비의 시작쯤 솔이가 말했다.

"가기 싫어요."

그 순간이었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장면들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햇살 가고 싶어.

초희가 보고 싶어.

서윤이가 보고 싶어.

모르는 어린이집.

집에 가자.

가기 싫어요.

솔이는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계속 보지 않았고, 듣지 못했다.


사실은 몰랐던 것보다,
떠올리기 싫었던 것에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그 신호들을 끝까지 따라가면 결국 하나의 질문과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잘못 선택한 걸까.'

지금도 정답은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알게 되었다.

아이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계속 표현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이제야 그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EP16. 누가 떨어뜨렸어 | 어린이집 ②
https://fishingproductfr.com/@haven-flower/101

작가의 이전글5.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