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필요한 관찰의 기록
"엄마, 햇님이 떴어요."
방학이 시작되는 첫 주말, 토요일 아침.
더 자고 싶었지만 솔이의 사랑스러운 볼도장에 웃으며 안 떠지는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아침부터 너무 사랑스럽잖아~ 최 솔."
눈이 마주치자 배시시 웃는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
아기 때부터 해온 아침 인사에 이제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는 솔이.
"솔이~ 너무 귀여워~엉. 뽀뽀 공격!"
쪽쪽 쪽쪽~ 뿌웅~
"키킥킥~ 하하하하~."
"솔아, 그런데 엄마 눈이 안 떠져요. 더 자고 싶은데 조금만 더 자도 될까?"
"음... 알았어."
"티비 틀어줘."
"히히히, 고마워~."
이미 준비해 둔 리모컨을 나에게 건네는 솔이의 철저함이 감탄스럽다.
요즘 부쩍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살짝 늦게 컸으면 하는 마음의 소리도 들리곤 한다.
"엄마가 팔베개해줄까?"
"아니, 아빠가."
그러면서 뽀로록 아빠에게로 간다.
"흠...
그렇구나. 알았어. 아빠한테도 인사해 줄까?"
우리의 소리를 들었는지 솔이 아빠가 다가오는 솔이를 끌어안아준다.
그러자 둘이 동시에,
"좋은 아침~."
까르르륵.
아빠의 뽀뽀 공격이 시작됐다.
한참을 그렇게 아빠 옆에서 꽁냥 거리고 있다가 다시 나에게로 뽀로록 온다.
그러고는,
"엄마, 아빠 치카푸카 안 했어요."
갑자기 무슨 말인가 싶었다.
"응? 치카푸카?"
"네. 치카푸카 안 했어요."
순간 어젯밤이 떠올랐다.
일주일에 한 번뿐인 하루라 아빠는 솔이와 늘 함께 씻는다.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조차 철저한 사람이라 칫솔질을 빼먹는다는 건 생각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어젯밤, 치카푸카를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솔이와 실랑이하는 소리를 분명 들었다.
결국 치카푸카를 한 솔이와 아빠였다.
그런데 안 했다고 한다?
이상했다.
"솔아, 혹시 아빠가 치카푸카 안 했다고 생각했어?"
"네."
"왜?"
"냄새나요."
"아...... 아빠 입에서 냄새가 났구나."
"응응, 맞아."
그 순간이었다.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닥에 흩어진 채 놓여 있던 바카라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누가 떨어뜨렸어요.'
'쟤가 나 때렸어요.'
그리고 지금,
'아빠 치카푸카 안 했어요.'
종이가 떨어져 있으니 누군가 떨어뜨렸다고 생각했던 걸까.
친구의 손이 스쳤지만, 솔이에게는 밀쳐지거나 맞은 것처럼 느껴졌던 걸까.
그때는 알 수 없었던 말들이었다.
지금도 그때 솔이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왜?"
한 번 더 물었고,
"냄새나요."
솔이의 대답을 들었다.
아빠 입에서 냄새가 났고,
솔이는 아빠가 치카푸카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솔이는 보이는 그대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고 받아들인 것을 말하고 있었던 걸까.
섬세하고 예민한 솔이에게는
내가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작은 것들도 다르게 느껴지는 걸까.
흩어져 있던 바카라 몇 권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 바카라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모든 바카라이 정리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날은 몇 권의 자리가 보였다.
"솔아, 아빠가 어제 잠들기 전에 솔이랑 치카푸카 했는데, 냄새난다~."
잠시 생각하더니,
"응, 맞아."
말을 하면서도 머릿속은 바빴다.
아빠 입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를 솔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빠 입에서 냄새나는 건, 여기(배를 짚으며) 속이 좋지 못해서 그래."
솔이가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응."
더 설명하고 싶었지만, 이미 솔이의 시선은 틀어놓은 TV로 돌아가 있었다.
내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EP16. 누가 떨어뜨렸어 | 어린이집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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