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나를 따라다니는 문장 하나
"젊은 놈이 왜 이렇게 빌빌거리냐?"
이 말은 내가 헌병으로 정문에서 근무할 때 한 노인이 내게 한 말이었다. 이젠 15년도 넘은 일이라 전후 사정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 말만큼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 노인은 올백머리를 하고 클러치백에 금 목걸이를 하고 있어서 흔히 말하는 단정한 외모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말을 지금까지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무슨 의도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사람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날 꿰뚫어 보고 있는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에 난 상당히 위축되어 있었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진 않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때도 내가 할 수 있는 뭔가를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군대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고 그때마다 자주 뒤처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제대 후 워킹홀리데이도 다녀오며 이런 부분이 많이 사라졌는데, 최근 들어 다시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건 본능적으로 지금 내가 방향을 잃고 있으며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때와 다른 건 나라는 존재에 경험이 쌓이면서 뭐가 문제인지를 조금 더 선명하게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불안감이 들면 그때부터 15년 이상 지났는데도 여전히 나는 나를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회의감도 든다. 맞다고 생각한 일들을 했고,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는데 결과론적으로 여전히 나를 믿지 못하고 있을 것 같으면 내가 맞다고 생각한 일은 뭘까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스스로는 틀렸다고 믿으면서, 그 틀린 존재가 맞다고 생각한 일을 한다라는 게 얼마나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인가. 그리고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시간을 여전히 살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에 회의감이 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단단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돌아보면 나는 여전히 중요한 순간마다 스스로를 의심한다. 아마 그래서 그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다.
15년 전 정문 앞에서 들었던 한마디가, 오늘도 나에게 묻고 있다.
“너는 왜 그렇게 자신 없이 살고 있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