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에게도 처음은 있으니까

솔직한 후기보다 의도적인 모른 척이 필요할 때

by호사


일주일에 3번 요가 수업을 듣는다. 가능하면 금요일에 수업을 듣는 걸 피하는 편이다. 불타는 금요일을 즐길 사람도, 체력도, 돈도 없지만 대신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주말을 누릴 자유는 있으니까.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월, 화, 수, 목 중 사흘을 골라 요가를 간다. 지난주에는 유독 일이 많아 마지막 회차를 금요일까지 미루게 됐다. 미뤄둔 마지막 숙제를 하려는 어른이는 금요일 저녁, 요가 센터로 향했다. 평소 금요일에 요가를 가지 않으니 그날 어떤 수업이 있는 줄 몰랐다. 센터에 도착해서 시간표를 보고서야 <빈야사> 수업인 걸 알게 됐다.

그런데 밑에 적힌 선생님 이름이 낯설었다. 평소 오시는 선생님이 사정이 생겨서 오늘만 대체하는 분인가? 아니면 새로 온 선생님인가? 생각하면서 수업 전 몸을 풀었다. 수업 시간이 되자 회원들 틈에서 몸을 풀던 한 남자가 일어서 저벅저벅 걸어가더니 선생님 자리로 갔다. 못 보던 얼굴이라 신입 회원인 줄 알았는데 그 사람이 수업 시작을 알렸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군살 없이 탄탄한 몸을 가진 처음 보는 40대 남자가 그날의 선생님이었다. 낯선 선생님이 이끄는 수업을 마치고 나오자 데스크 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뭐지? 나 뭐 잘못했나?

데스크 선생님은 회원님이 이 센터에서 오래 수련하셨으니 새 선생님 수업 어떤지 피드백해 달라고 했다. 히스토리를 들어 보니 이랬다. 금요일에는 기회가 되면 센터에서 운영 중인 지도자 과정을 수료하신 분들에게 수업을 맡기곤 했다. 오늘은 그 선생님의 인생 첫 수업이었다. 데스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수업이 어땠나 곰곰이 돌이켜 봤다. 수업을 듣는 동안 평소와 다른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목소리가 좀 작은 분이시구나...‘, ’ 숙련자보다 초심자가 많은 수업인데 전문 용어를 많이 쓰시네... 신입분들이 잘 이해하실까?‘, ’ 좌우를 자주 헷갈리시네...‘ 이 정도만 생각했지 요가 강사로 첫 수업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왠지 인도에서 오랜 수련을 마치고 방금 귀국한 사람처럼 까맣고 탄탄한 몸에 꾸밈없는 자유로운 포스 때문에 초보 선생님 티가 나지 않아서.

요가 강사로 시작하는 인생 첫 수업이라고 하니 오히려 입을 떼기 어려웠다. 목소리가 작은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자기 안의 목소리가 클 때가 있다. 바깥에서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기 문제를 혼자 백 번, 천 번 곱씹는다. 목소리가 작은 사람은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아비판이 한창일 텐데 나까지 말을 얹고 싶지 않았다. 이렇다 저렇다 말 대신 ’열심히 하시던데요?‘라는 짧은 말로 데스크 선생님의 질문에 답했다.

선생님에게도 처음은 어렵다. 작은 실수에도 위축되고, 처음이라는 이유만으로 따라붙는 시선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처음을 지나지 않고 능숙해지는 방법은 없다. 용어가 꼬이고, 좌우를 헷갈리고, 시퀀스가 엉겼던 병아리 선생님의 인생 첫 수업. 유독 정신없고 길었을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초보 선생님은 어떤 생각을 할까? 잠자기 전, 머릿속에서 오늘 하루를 리플레이할 때 어떤 다짐을 할까? 어쩌면 걱정보다 괜찮았던 하루였을지 모른다. 아니면 만족감보다 아쉬움이 큰 하루였을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처음이라는 고비를 잘 넘겼기를 바란다. 언젠가 초보 딱지를 뗀 선생님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좌우도 조금 덜 헷갈리고, 목소리도 조금 더 선명해진 선생님의 다음 수업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