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늙은 치와와가 짖을 때
잡생각이 많을 때 생각을 없애는 방법은 많다. 그중 시간 낭비라는 걸 알면서도 중독적으로 빠져드는 습관이 ‘생각 없이 SNS 스크롤 올리고 내리는 일’이다. 시간이 살살 녹는 최고로 쓸모없는 짓. 그날도 어김없이 뇌를 빼고 손가락만 열심히 움직이는 중이었다. 그러다 한 포스팅에 시선이 멈췄다.
거품에 휩싸인 은색 휴대용 버너 사진. 작성자는 [부르스타에 퐁퐁 칠을 하고 물 끼얹은 지 24시간이 지났다]라고 적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 깜짝 놀랐다. 히스토리를 훑어보니 작성자는 어디선가 휴대용 버너를 주방 세제로 세척한다는 말을 듣고 직접 실험해 보기로 한 거다. 댓글 창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무슨 짓이냐, 망가질 거다, 버너 새로 사려고 용을 쓰네. 부정적인 댓글이 만선이었다. 나 역시 휴대용 버너를 그렇게 세척해 사용한다는 건 처음 들어봤다. 그게 될까?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작성자는 24시간 바짝 말린 후 신중하게 휴대용 버너의 레버를 돌렸다. 그러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새파란 불꽃이 붙었다. 사실 가스 노즐 부식이나 폭발 위험이 있어 공식적인 권장 관리 방법은 아니지만 어쨌든 결과는 성공이었다. 거품으로 세척해도 멀쩡히 불이 잘 붙는다는 인증 동영상으로 불타던 댓글창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나라면 어땠을까?
타고난 쫄보라 무모한 짓, 특히 돈 들어가는 터무니없는 짓은 피하는 편이다. 나라면 애초에 시도도 안 했을 거다. 적당히 물티슈나 세정 티슈로 닦아 사용하다 더 사용하기 힘들어지면 버리고 가성비 좋은 대체재를 찾을 사람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었다. 작성자는 댓글의 우려와 상관없이 자신이 확인하고 싶은 걸 끝까지 확인했다.
무언가 안 해 본 일을 할 때는 늘 두렵다. 그 불안을 지우기 위해 과하다 싶을 만큼 이것저것 찾아본다. 그것도 부족해 여기저기 묻고 다닌다. 내 생각이 틀린 건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서, 내 생각이 맞다고 지지해 줄 아군을 찾기 위해서다.
이상하게도 해 보지 않은 사람의 걱정 섞인 말은 유독 크게 들린다. "그거 위험한 거 아니야?",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해?", "그러다 잘못되면 어떡하려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더 무섭다. 결과를 내는 건 어렵고 훈수 두는 건 쉬우니까. "그게 다 너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틀린 말이 아니라서 반박하기도 어렵다.
개가 짖을 때마다 걸음을 멈추면 원하는 곳에 가기 어렵다고 했던가? 나는 얼마나 자주 멈췄을까? 사실 밖에서 짖는 개도 시끄러웠지만 진짜 시끄러운 건 따로 있었다. 내 안에 사는 늙은 치와와였다. 바람 소리만 나도 날카롭게 짖고, 낯선 사람이 지나가면 일단 경계부터 하는 녀석이었다.
남들이 말리기도 전에 내가 먼저 나를 말렸다. 경계심이 강해 작은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녀석 때문에 시도 자체를 두려워했다. 거품 샤워를 해도 바짝 말리니 새파란 불꽃을 피우는 휴대용 버너를 보면서, 내 안의 늙은 치와와가 조금 우스워졌다. 이제는 내면의 늙은 치와와가 짖는다고 매번 걸음을 멈추지는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컹컹 짖거든 그러려니 하고, 나는 그냥 내 갈 길을 가는 거다. 물론 가기 전에 한 번쯤은 안전한지 확인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