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카지노 200번째 글을 발행하며
온라인카지노 작가로 첫 글을 발행한 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한 번도 꾸어본 적이 없었기에 처음부터 특별한 목표나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타국에서 열심히 살다가 은퇴하며 찾아온 허전함을 글로 정리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생각을 문장으로 옮기자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며 글을 통해 숨어있던 나를 다시 알아가게 되었다.
그렇게 모인 글들을 엮어 단독 에세이집을 출간했고, 자서전 대필과 두 권의 공저 작업에도 참여했다. 마음의 허기를 달래려 시작한 글쓰기였는데 제법 먼 곳까지 걸어와 있었다. 하지만 결과물이 쌓일수록 뿌듯함과 함께 질문도 생겨났다. 나는 잘 쓰고 있는 걸까. 아니, 좋은 글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답을 찾고 싶어 그동안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글마다 소재는 달랐지만 그 안에는 비슷한 목소리가 흐르고 있었다. 그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실마리는 뜻밖에도 글 밖의 일상에 있었다.
나는 모임에 나가거나 여러 단체 채팅방에서도 할 말만 하는 편이다. 별일 아닌 일에 호들갑을 떨거나 입에 발린 칭찬을 건네는 일에는 영 서툴다. 그래서 오해를 사기도 하고 차갑게 느껴진다고 하는 데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강의나 설교를 들을 때도 구름 위를 떠다니는 미사여구보다는 간결하게 핵심을 말해주는 쪽이 와닿는다. 하다못해 꽃으로 만든 소품도 소박하고 단정한 디자인을 택한다. 뭐든 더하는 일보다 덜어내는 일에 익숙한 모양이다.
그런 생활 습관은 알게 모르게 글에도 스며들었다. 감정을 늘어놓기보다는 차분하게 정리하고, 화려한 표현보다는 수수한 문장을 고른다. 좋게 말하면 담백하고, 달리 말하면 심심하다. 그것이 내 글의 결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여러 감정과 갈등이 순한 글 뒤에 숨어버린 것은 아닐까 싶어서였다.
뭔가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둡고 아픈 감정도 드러내야 '진짜 솔직한 글'이 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가슴 밑바닥의 불편함을 끄집어내 문장으로 옮겨보고, 수수한 문장 위에 그럴듯한 수식어도 얹어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쓴 글은 몸에 맞지 않는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했다. 한참을 써놓고도 와닿지 않아 지워내기 일쑤였다.
어느 날, 독서와 사유를 즐기는 남편과 공원을 걷다가 마음속 고민을 슬쩍 털어놓았다.
“내 글은 착한 척하고 담백해서 지루한 거 같아. 무언가가 필요한데 잘 모르겠어."
남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나는 당신 글의 분위기가 좋은데. 착한 글이면 어때. 그럼 착하지 않은 글이 좋아? ”
그는 나의 고민을 오히려 장점이라고 말해주었다. 날카로운 글을 쓰는 자신은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다면서. 순전히 나를 응원해 주는 의도인 줄 알면서도 위안이 되었다. 약간의 의심은 남았지만.
사실 글 속의 나는 실제의 나보다 조금 더 너그러웠다. 화가 났다가도 마지막 문단에서는 상대의 사정을 헤아렸고, 서운했던 일에서도 기어이 감사할 이유를 찾았다. 질투는 슬쩍 동경으로 미움은 어느새 연민으로 바꾸어놓기도 했다. 갈등을 회피한 빤한 결말이 아닐까 자바카라도 했다. 하지만 상처를 이해와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는 일 또한 세상을 버텨내며 건너온 나만의 방식이었다.
그러니 부족하고 심심할지라도 나는 나의 문장을 믿어보기로 했다. 가장 좋은 글이란 결국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시선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글일 테니 말이다. 또 미처 쓰지 않은 마음속 문장 하나쯤 남겨두면 또 어떤가. 그 침묵과 여백마저도 나의 일부인 것을.
PS:
처음 글을 쓸 때만 해도 이렇게 꾸준히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느새 200편의 글을 발행했습니다. 생경했던 온라인카지노가 이제는 이웃집에 마실 가듯 편안한 일상이 되었네요. 다른 분들의 유려한 글과 독자 수를 보며 주눅이 들 때도 많지만요. 하핫.
‘200’이라는 반듯한 숫자 앞에서 제 글을 돌아보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에 함께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