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도와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 일이 힘들때는 저항과 소진 구분하기
학교도 직업도 몇번 바꾸면서 나는 말그대로 '역마살'이 있는 인생인가. 했다.
새로운 것을 하며 느끼는 놀라움에 워낙 반응이 큰 편이지만, 하나를 꾸준히 했을때의 깊이가 늘 부러웠다. 선택과 집중을 해서 이제는 깊이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큰 요즘, '(나에게)지속가능 한 일의 조건'을 찾아가야한다는 생각을 갖고있었다. 요 근래 겪은 몇가지 일덕분에 이전에 했던 일들을 돌아보고 종합하며 몇가지 발견하게 되어서 글을 쓰면서 정리해보려고한다.
최근 4~5년 간의 일, 삶에 대한 고민과 경험들이 파바밧하며 어떤 깨달음을 주는 시기인 것 같다.
그걸 위한 집약적인 경험이 올해 있었던거고. 그동안 대체로 스스로 하고싶다고 목표한 일을 하며 슬롯생활을 했는데, 각기 다른 이유로 시작했고 만족했었다. 5년동안 다섯가지 일을 각자 다른 기간동안 해왔는데, 내가 일을 할 때 놓인 환경들이 모두 달랐었고 한 일에서 다른 일로 옮겨갈때 의미없이 급한대로 옮겨가지 않고 지금 결핍된것, 지금 깨달은 걸 토대로 나름 전략적으로(?) 움직여왔다. 하나씩 짚어보자면 이렇다.
a일은 IT쪽 일이었고, 끝이없었다. 시간과 일의 자유도가 높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 빠르게 움직여야하는 일의 특성상 이일 하고있다가 전략이 바뀌면 따라 움직여야 하는 환경이었다. 주체적이게 일한다는 만족감이 없었다. 나에게 필요한 자유중에서 더 중요한 자유가 뭔지 알게됐다. '주체적으로 일한다는 만족감'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걸 나누는 일'이 필요했다. 이때의 결핍을 따라 움직였고, 기업에서 브랜드로, 앱다루는 일에서 바카라다루는 일로 넘어갔다. 기업은 이윤추구가 목적이지만 브랜드는 말하고자 하는 가치가 먼저이고, 앱은 언제든지 빠르게 바꿀 수 있지만 바카라은 완성이 있기때문에 좀 다르리라고 기대했고- 실제로 그랬다.
b일은 출판쪽 일이었다. 애초부터 브랜드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대상이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자기정의'였고, 추구하는 메세지(관점)도 내가 중요하다고 믿는 가치관이어서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일'을 나누는 게 진짜 일이 되었다. 어떤 일을 진행시키는 세세한 방식도 위선적이지 않았다. 일방식도 주체적이게 할 수 있었다. 월간지를 다루는 특성상 매달 루틴이 있었고, 회사에서 처음 뽑은 직무라 목표만 주어지고 뭘 할건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할건지 계획을 내가 짤 수 있었다. 너무 만족스러운 일방식과 성취감이 있었다. 근데 생각지도 못한 환경이 발목을 잡았다. 문화와 관계였다. 작은 회사다보니 한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게 대표였고, 나는 상사가 있는 관계를 어려워하기도 했지만 이상한 상사는 특히 더 어려웠다. 게다가 문화가 영 아니었고, 내가 그걸 바꿀 위인은 못됐던 것 같다. 잠깐의 담소를 시도했다가 직원에게 이렇게 담소나눠본거 처음이예요 하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좀 충격적이었다. 출근해서 점심시간 잠깐 퇴근까지 말한마디 나누지않고 일하는 환경이었고, 퇴근할때 제시간에 퇴근한다- 자리까지 와서 인사를 하지않는다고 꾸중을 들어보기도 했다. 일은 정말 좋아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 경험 덕분에 아웃풋이나 내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일도 중요하지만 매일 마주치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c일은 프리랜서로 하는 일이었는데, 15분 단위로 돈을 받았고. 정해진 시간과 공간의 틀 없이 하는 일이었다. 평일에도 여행을 가서도 일을 할 수 있었다. 차에서 하거나 휴게소에서 하거나 바닷가에서 할수도 있는 일. 여름한때 잘 즐겼다. 근데 정해진 시간이 없다는 게 자유가 아니란 걸 알게됐다. 디펜던시가 너무 타인에게 있었다. 나에게 달려있지 않았다. 자유와는 오히려 거리가 먼 일이었다. 언제 해도 상관없지만(?) 부르면 달려가야하는 그런 일. 이런 일은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남을 기다리게 하거나 남에게 피해주는 걸 정말 찝찝해하는 나로서는 누군가가 언제든지 나를 기다릴 수있는 일은 끝없이 나를 소진시키는 최악의 일이었다. 그래도 나름 시공간의 자유가 있었기때문에 그만둘 때 고민을 많이 했는데, 확실히 그만두게 된 트리거는 일하는 방식을 정말 세세하게 정해주고 마이크로매니징을 회사측에서 시작하면서였다. 성취해야할 목표가 있고 내 스스로 일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을 땐 스스로 안에서 효율화도 시키면서 나름 열심히 했었다. 근데 방식을 아주 세세하게 정해줄때 바로 그만둬야겠다는 확신이 서는 걸 보면 일하는 방식의 자유도 나에게 중요하다.
d일은 같이 일하는 멤버간 커뮤니티 성격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일단 준거집단이었다. 조직에 속하지않고 자기 일을 개발하는 사람들, 그러면서 부업으로 하기 좋은 일이었다. 그 점이 나에게 자극이 됐고, 화상 인터뷰를 하는 일이어서 얼굴을 보여줘야하고 공간의 제한이 있었지만. 시간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필요한 아웃풋이 정해져있고 어느정도 가이드라인이 있었지만 내가 그 아웃풋을 뽑기위해서 어느정도 일방식의 자유가 있었고. 매주 다음주 일할 시간을 체크하기때문에 일할 시간을 내가 계획하고 조정해서 시간을 선택할 자유도 있었다. 하는 일 자체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나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채워주고, 내가 개발하고싶은 능력 나에게 남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일이었다. 잘 하면 대화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아웃풋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그래도 이 일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때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지금은 최소한으로 이 일을 한다. 주에 4시간정도. 이 일도 갑자기 평가체계가 생기고, 하는 방법을 구체화되고 업무범위가 영업하는 쪽으로 조금씩 넓어지면서 고민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에게 이점이 더 크다고 생각해서 이어오고있다.
e일이 요가강사로서의 일이다. 우선 출퇴근시간 피해서 저녁에 일하거나 할 수 있는 시간의 자유가 있다. 하루종일 매여있지 않고 하루에 2-3타임 일할 수 있다. 그만둬도 다른곳 구직하기가 쉽다는 점이 나에게는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수업준비하고 수업하면서 개발되는 능력이 나에게 남고, 나에게 바로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수업준비한 내용을 아웃풋으로 만들수도 있고 나중에 내 센터를 차릴수도 있다는 독립성도 있다. 일 자체에도 수업방식에 별 터치가 없다. 회원이 만족하면 된다.
각기 다른 이유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그만두었다. 이런 경험들로 내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정리됐다. 지속가능한 일과 아닌 일. 판단하는 두가지 축은 자유도와 의미이다. 내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던 일은 자유도가 없는 일,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이었다.
1-1.방식의 자유 (동기부여와 관련)
방식의 자유는 “열심히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오래 할 수 있느냐”의 조건이다. 여러가지 자유에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방식에서의 자유다. 어떤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해나갈지에 스스로 계획하고 수정하면서 동기를 부여받는다.
내가 납득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가
외부의 기준이 아니라 내가 동기부여를 느끼는 방식을 유지할 수 있는가
효율·성과를 이유로 나의 리듬이나 가치가 계속 훼손되지 않는가
IT쪽에서 pm으로 일할때는 일이었고, 끝이없었다. 시간과 일의 자유도가 높았지만 이일저일 하느라 주체적이게 일하는 진짜 자유가 없었다. 나에게 필요한 자유 더 중요한 자유가 뭔지 알게됐다.
잡지사 출판쪽에서 마케터로 일할때는 그 회사에서도 처음뽑는 직무였고. 월간지를 다루는 특성상 매달 루틴이 있었고, 그 계획을 내가 짤 수 있었다. 운좋게도 그 직무에서 해낼 일 자체, 일 프로세스를 내가 계획하고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너무 만족스러운 일방식과 성취감에 역시 나에게 중요한 자유를 한번더 확신할 수 있었는데,
다섯번째 일에서도 잘 하던 일에서도 방식을 구체적으로 정해줄 때 그만두기로 결정할 수 있었다.
1-2.관계 거리의 자유 (스트레스 조절)
관계의 자유가 없을 때, 일은 노동이 아니라 정서적 소모 장치가 된다. 스트레스관리와 가장 연관된 부분.
사람과의 관계에서 적절한 거리 조절이 가능한가
불필요한 감정 소모, 미움,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구조인가
관계가 일이 되지 않고, 일이 관계를 잠식하지 않는가
반면 잡지사에서 일할때 '목표를 달성하는게 중요한가 그 과정에서 매일 행복한게 중요한가'에 대한 질문을 품었다. 목표는 달성되고 있는데 과정이 별로였다. 문화가 영 아니었다. 잠깐의 담소를 시도했다가 직원에게 이렇게 담소나눠본거 처음이예요 하는 말을 들었으니. 매일 마주치는 환경이 그렇다는거다. 매일의 평화가 목표달성보다 나에게는 더 중요했다. 이전 IT업계의 자유로운 문화에 있다가 이건 좀 별로였다.
그리고 상사와의 관계. 작은 회사다보니 한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게 대표였다. 디자이너가 정시퇴근하면 나를 혼냈고..ㅎ 여러가지 위선적인 일을 보고들으면서 마음에 미움이 쌓였다. 근데 점심은 항상 같이 먹어야했다. 이 일을 잘하면 저 위선적인 사람들이 잘되게 돕는거다보니 매일 출근하기가 싫었다. 일 자체는 재미있다가도 미움이 올라왔다. 살면서 누군가를 그렇게 싫어해본 일도 잘 없다. IT업계에서는 팀장이 팀원의 장느낌이었고, c레벨들과는 억지로 가까이 지내지 않아도 됐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는 협업관계와 부딪힐 일 자체가 별로 없다. 고객을 직접 대면한다는게 있는데 오히려 선을 그을 수 있어서 좋다.
사실 첫번째 회사에서도 협업관계에서 잘하려고 관계고민을 많이했었다. 거리감 조절이 특히 나는 힘든 사람인 듯 하다.
1-3. 마지막, 세번째로는 시간에서의 자유가 중요하다. (일이 아니라 삶의 관점)
시간선택의 자유로인해 내 삶전체를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지 방해받지않는지도 정말 중요하다. 시간 선택의 자유가 없다면 결국 소진되는 것 같다.
내가 언제 일하고, 언제 쉬는지 선택할 수 있는가
특정 일 때문에 삶 전체의 리듬이 방해받지 않는가
시간이 일에 종속되지 않고, 내가 시간을 배치하는 주체로 남아 있는가
c일은 프리랜서로 하는 일이었는데, 15분 단위로 돈을 받았고. 정해진 시간과 공간의 틀 없이 하는 일이었다. 평일에도 여행을 가서도 일을 할 수 있었다. 차에서 하거나 휴게소에서 하거나 바닷가에서 할수도 있는 일. 여름한때 잘 즐겼다. 근데 점점 cs적인 성격이 드러났고 정해진 시간이 없다는 게 디펜던시가 나에게 달려있지 않았다. 자유와는 오히려 거리가 먼 일이었다. 이런 일은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끝없이 소진되는 나에겐 최악의 일이었다. 그래도 하다가 그만두게 된 건 여러가지 제재를 가하면서였다. 내 스스로 일방식을 선택하고 목표만 있었을땐 그안에서 효율화도 시키면서 나름 열심히 했었다. 근데 방식을 정해줄때 바로 그만둬야겠다는 확신이 섰다.IT업계에서는 휴가자유, 재택, 시차출근제를 했다. 잡지사는 9to6라고하면서 마감 때문에 야근해야하는게 있었고 그걸 당연시 여기면서 1분 지각하면 화를냈다. 그 점이 특히 불만이었고 대표랑 직접 얘기한적도 있다. 프리랜서로 좋은건 일주일마다 일 선택하는 자유. 내가 선택해서 언제든지 쉽게 옮겨갈수있다거나 내가 선택한 시간에 짧게 일할 수 있다는거다.
---
의미는 “보람이 있다”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이 일이 내 삶에 무엇을 남기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첫번째로 이 일을 한다는 것, 잘하려고 애쓰는 행위가 나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지가 중요하다.
소모되고 있는가 성장하고 있는가를 판가름 하는 질문. 이건 회사가 없어져도, 프로젝트가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 변화들을 말한다.
이 일을 하면서 쌓이는 것이 체력, 기술, 사고력, 통찰, 네트워크 등 내 삶 전반에 남는 자산인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경험인가, 아니면 내 안에 축적되는 무언가가 있는가
두번째로 의미는 지금 하는 일이 ‘지금 유용함’이 아니라 미래로 이동 가능한가에 달려 있다. 100세 시대, 일을 계속 할거라고 생각하고, 어떤 맥락에 따라서 쓰이는 게 아니라 독립적으로도 쓰일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고싶다. 맥락 의존적 능력(조직·직무·제품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게 독립적으로 딸린 능력 (설명, 구조화, 관계, 통찰, 콘텐츠화)나에게 귀속되는 능력을 갖고싶은거다. 어디에 어떤 상황에 서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진 것 같다” “내가 쓸모없어진 것 같다” 는 생각을 하지않도록.
이 노력이 다른 맥락(회사 밖)에서도 쓰일 수 있는가
❌ “냉장고 전원 버튼 만드는 일” → 나오면 쓸모없어짐
⭕ 콘텐츠 구성력, 설명 능력, 관계 형성 능력 → 다른 곳에서도 작동
이 일을 통해 강의 자료, 콘텐츠, 시스, 철학과 언어 같은 내 이름으로 남는 결과물이 생기는가
준비 과정 자체가 사라지지 않고, 재사용·확장·축적될 수 있는가 (예: 강의 준비 → 판매 / 온라인화)
→ 아웃풋이 남지 않는 일은 계속해서 현재 에너지를 미래로 바꾸지 못한다.
'시간의 재사용성'개념을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 내가 시간을 들이는 일이 지금쓰고 없어져버리는 일이 아니라 미래에도 남아있는 아웃풋을 남기느냐하는 것.
내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던 일은
단순히 힘들거나 싫은 일이 아니라, 다음 중 하나 이상에 해당했다.
일하는 방식의 자유도가 없는 일
시간과 삶의 주도권을 빼앗는 구조
관계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없는 환경
의미가 없다고 느껴진 일
나에게 축적되지 않는 노력
다른 곳에서 쓰이지 않는 기술
내 소유의 결과물이 남지 않는 구조
→ 하나라도 장기적으로 무너지면, 나는 그 일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
여러 일을 거쳐오면서 스스로 실증과 변덕이 많은 사람일 뿐인게 아닌가 하는 고민을 했다.
요가가, 인터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만두고싶다는 생각을 안하는 게 신기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있다고 느꼈다. 이런 기준들을 세우면서 나는 지속가능성을 고민한다.
“나는 더 이상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매번 새로 적응하고
매번 처음부터 증명하고
매번 다시 소진되는 삶
이 패턴을 이미 충분히 살았고, 이제는 누적되는 삶으로 넘어가고 싶다.
물론 새로움을 계속 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