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07 · 윗분은 이미 알고 계십니다

AMR 지원을 이틀에서 사흘로, 윗분은 추가 180만 원까지 승인했을까

by핸섬데블

“윗분은 이미 알고 계십니다. 우선 일정부터 잡아 주세요.” 산업솔루션 G사 실무자가 AMR 현장 시운전 지원을 이틀에서 사흘로 늘려 달라고 한다. 나는 고객과 기술팀 사이에서 일정과 견적을 조율한다. 기술 인력의 배정과 추가 지원비가 모두 달라지지만, 지금 무엇이 확정됐는지는 설명이 없다.


대화를 마치고 나는 망설인다. 상사가 안다는데 다시 확인하자고 하면 실무자를 못 믿는 모양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기술 인력을 확정하기에는 추가 하루의 예산과 작업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다.


실무자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승인되지 않은 추가 지원비 180만 원을 떠안을 수도 없습니다. 이 두 부담 사이에서 확인을 요청하는 말을 고릅니다. ‘상황별 답장 20개 · 복사해서 쓰는 문장집’ 07번에 다시 쓸 문장도 남겼습니다.


알고 있다는 말에는 여러 단계가 들어 있다


상사가 시운전 지원 연장의 필요성을 들었을 수 있다. 사흘간의 지원에 동의했지만 비용은 아직 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추가 견적까지 검토하고 실무자에게 확정 권한을 맡겼을 수도 있다. 세 상황 모두 “알고 계신다”는 문장으로 표현된다. 전달과 공유와 승인을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면 누락된 단계가 보이지 않는다.


이때 “상사분이 직접 확인해 주셔야 합니다”라고 곧바로 요구할 이유는 없다. 해당 실무자가 비용과 일정 변경을 확정할 권한을 갖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직급만 보고 결정권을 판단하면 적절한 담당자를 건너뛰게 된다. 현재 대화 상대가 어떤 절차로 확정 내용을 전달하는지 먼저 물어보는 편이 정확하고 자연스럽다.


“추가 하루의 지원은 내부 검토 중인지, 일정과 비용까지 확정된 상태인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변경 내용을 어떤 문서로 전달드리면 다음 절차를 진행하시기 편할지도 부탁드립니다.” 이 질문은 보고의 진위를 시험하지 않는다. 상대가 바로 확정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을 듣고, 확인이 더 필요하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한다.


필요한 확인은 사람보다 항목에 붙인다


“상사에게 말씀드렸나요?”를 되풀이하는 대신, 무엇이 어디까지 결정됐고 실행에 필요한 다음 절차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이 사례에서는 G사 임원이 사흘간 지원하는 방향에는 동의했지만 추가 비용은 결재 전이다. 실무자는 가능한 날짜를 받아 결재를 올리려 한다. 나는 기술팀의 후보 일정을 조회하고 변경 견적을 보내는 단계와 비용이 발생하는 배정 확정을 나눈다. 기술팀에는 추가 현장 지원의 목적과 작업 범위도 확인한다. 인력 하루를 더 잡는다고 시운전 완료나 성능 검수가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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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섬데블·최호순 | 무역·물류·영업 26년, University of Wisconsin MBA. 거래의 조건을 풀고, 소설로 인간의 선택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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