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창작시 가을걷이

by고매헌 한유경

가을걷이
한유경

밭고랑마다 가을이 열렸다
햇볕이 놀다 간 붉은 고추를 한 소쿠리 담았다

자줏빛 가지가 팔 하나 길이만큼 자라 고랑에 닿는다
하나를 툭 따다가 바구니에 담고 또 하나 툭

땅바닥에는 수박 가지가 길을 막고 있다
고랑을 넘어 벽을 타고 넘는다

초록의 짙은 줄무늬 사이를 가볍게 두드리자
맑고 투명한 수박 소리가 손가락을 친다

여름은 자리를 털고 떠났다

빈 밭고랑 사이로
한 손 가득 가을이 옮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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