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

창작시

by고매헌 한유경

잃어버린 것들
한유경

오늘도 한 박자 느리게
아 하고 손뼉을 친다

냉장고 앞에 서 있다
문을 열어놓고
한참을 들여다본다

문이 열렸습니다

기계음에 놀라
한 걸음 물러선다

두부를 꺼내 들고
가스레인지 앞으로 간다

이미 물은 끓고 있다
맹물이다

싱크대 앞이 회색이다
벽에 붙은 스위치를 누르자
금방 환해진다

새로 바꾼 형광등은
깜빡임 없이 켜지는데

뇌는 형광등보다 느리고
손아귀의 힘은
맥없이 빠져나간다

가위를 놓친다

노랑 봉지 커피를 뜯는다
물을 붓는 손이
빨라진다

한 모금 마신다

그러다가
덜컹 겁이 난다

이 맛조차 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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