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창작시 사라짐

by고매헌 한유경

사라짐의 미학
한유경



고요하다
안개꽃과 장미향이 작은 공간에 피어난다
낮은 흐느낌에 어깨가 가벼이 흔들리고 공기는 차갑다

내가 누워 있다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지
내 설움에 우는지
없다 아무도
그저 위에서 내가 그들을 바라볼 뿐

첫날 멍하니 앉아있다
부러진 대나무 사이로 뾰족한 말투가 귀를 때린다
조금만 더 일찍 오지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머리에 검은 리본핀을 꼽고
웃는다 뭘까 이 웃음은
거울을 들여다보면 나오는 습관인가

둘째 날
바쁘게 사람들이 오간다
웃음기도 없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두 살배기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한다

셋째 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액자 밖으로 나온다
시선이 잠시 멈춘다
눈을 비빈다

아흔다섯의 생이 머리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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