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제가 끝나고도

창작시

by고매헌 한유경

기우제가 끝나고도
한유경


나무도 꽃도 아스팔트 도로도
길게 드러누웠다
온 세상이 늘어진 고무줄

나무는 마른 땅끝으로
뿌리 끝 마지막 물기를 쥐어짜 보지만
초록은 이미 누런 흉터로 번진다

꽃이 채 피기도 전에
얇은 꽃잎이 먼저 사그라든다
해바라기마저
등을 돌려 해를 밀어낸다

벌과 나비는 날개를 접은 채
검게 타들어 가는 꽃잎의 심장을 짚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올리던 기우제
금 간 우물 바닥에서
끝내 타버린 목마름을 건져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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