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
너와 나 나와 너
동네 두부집에서
순두부 한 팩을 사 왔다
부드럽게 살자고
서로를 만났다고 믿었는데
살다 보니
부드러운 건 죄가 되었다
아내는 너무 말랑해서 문제고
남편은 너무 무르게 살아서 문제다
친정은 늘 딸을 걱정하고
시댁은 늘 아들을 감싼다
“조금만 단단했으면 좋겠다”
그 말이
서로를 향한 주문처럼 쌓여갔다
결국 간수를 들이붓기로 했다
좋은 말, 쓴 말, 참고 산 말
다 섞어 모양을 잡았다
그럴듯한 두부 한 판이 나왔다
반듯하고 하얗고
사진 찍기 좋은 얼굴이 되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눌러 만든 모양은
조금만 건드려도 다시 흐른다는 걸
단단해진다는 건
버틴다는 말과 비슷해서
결국은 굳어가는 일일 뿐이었다
어느 날 저녁
국물 속에 풀어진 두부를 보며
누가 먼저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쯤이면 그냥 풀어놓자”
그 말이
이상하게 편안했다
더 이상 모양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흐르는 대로 두기로 했다
우리는 아직
순두부처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