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용의 시대를 역행하는 위대한 바보들
완벽주의 슬롯에 강림한 흠결투성이 영웅들
2026년 5월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8부작 오리지널 시리즈 <원더풀스(Wonder Fools)>. 히어로 장르의 외피 안에 평범한 이웃들의 짠내 나는 삶의 애환과 세기말적 불안감, 그리고 현대 슬롯의 존재론적 위기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 코미디 작품이다. 유인식 감독, 강은경 크리에이터, 허다중 작가는 1999년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초능력이라는 판타지 소재를 아주 일상적이고 질박한 언어로 풀어냈다.
작품 공개 후 평단과 대중의 반응은 다층적으로 엇갈렸다. 한국형 히어로물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찬사와 장르적 호불호,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비판이 공존했다. 그럼에도 캐릭터의 힘과 짙어지는 감정선을 동력 삼아 넷플릭스 한국 1위에 올랐으며, 2026년 5월 11일부터 17일 기준으로 글로벌 톱 10 비영어쇼 부문 6위를 차지했다. 또한 공개 3일 만에 270만 뷰의 초기 시청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고유한 매력을 어필했다.
허술해서 더 마음이 쓰이는 서사
<원더풀스>는 마블이나 디즈니식의 흠결 없는 영웅 이야기를 과감히 뒤집고, 우리네 일상에 밀착된 이야기로 새롭게 풀어냈다. 세상을 구원할 운명을 타고난 초월적 존재 대신, 동네에서 '개차반', '개진상', '왕호구'로 불리는 이들을 서사의 중심에 세워 할리우드 히어로물의 공식을 정면으로 비튼다.
제목부터 이러한 지향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놀라운 바보들'을 뜻하는 'Wonder Fools'라는 명명처럼, 유독성 폐기물 매립지 사고로 얻은 초능력은 모두 치명적인 결함과 부작용을 동반한다. 해성시 공식 '개차반'으로 불리는 심장병 환자 은채니(박은빈)는 시도 때도 없이 통제 불능의 순간이동을 겪고, 악성 민원인 손경훈(최대훈)은 거짓말을 하면 양손이 사물에 끈끈하게 붙어버린다. 소심하고 여린 성격의 강로빈(임성재)은 주체할 수 없는 괴력에 시달리며, 비밀을 간직한 특채 공무원 이운정(차은우)은 염력을 숨긴 채 조용히 살고자 고군분투한다.
이렇듯 얄팍하고 소박한 초능력 설정은 시청자와 캐릭터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좁힌다. 자신의 하찮은 능력을 통제하지 못해 쩔쩔매고 일상의 불편함과 씨름하는 이들의 모습은 무리하게 화려한 볼거리로 빠지지 않고 따뜻한 휴머니즘을 빚어낸다. 8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킨 <기묘한 이야기>의 레트로한 기괴함과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시니컬하면서도 애틋한 결핍의 정서를 절묘하게 융합하여, 나의 이웃을 지키고 삶을 긍정하기 위해 분투하는 독보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가치 증명에 맞서는 자화상
작품의 배경인 1999년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의 화두를 투영하는 시대의 거울 역할을 한다. 종말론과 Y2K의 공포가 아날로그 일상을 위협하던 그때와 달리, 2026년의 대중은 고도화된 인공지능(AI) 앞에서 자신의 노동과 존재가 무가치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작품들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 같이 '나의 쓸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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