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날 문득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다 가슴이 뭉클했던 적, 혹시 있으신가요? 희끗해진 머리, 전보다 구부정해진 어깨, 글씨가 잘 안 보인다며 돋보기를 찾으시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 한구석이 아려옵니다.
'내가 성공해서 호강시켜 드려야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좋은 곳으로 여행 보내드려야지' 하며 우리는 늘 다음을 기약하곤 합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우리에게 원하는 게 정말 그런 거창하고 큰 효도일까요?
저 역시 부모가 되고,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을 곁에서 지켜보며 깨닫게 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자식들은 늘 '나중에, 여유 생기면'이라며 거창한 이벤트를 준비하느라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부모님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분들이 진짜 갈망하는 건 화려한 선물이나 두둑한 현금 봉투가 아니라,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나를 향한 관심'일지 모릅니다.
철없던 시절엔 명절에 용돈 몇십만 원 쥐여드리면 자식 도리를 다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봉투보다, 바쁘다는 핑계로 서둘러 집을 나서는 자식의 등 뒤로 쓸쓸하게 손을 흔드는 부모님의 마음이 어땠을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아마 부모님은 자식의 세상에서 자신이 점점 지워져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가장 외로워할지 모릅니다.
더 늦기 전에, 부모님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을 피우게 만드는 몇 가지 방법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대단한 돈이 드는 것도, 내 일상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오늘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첫째, 안부 전화. 우리는 보통 부모님께 무슨 일이 있거나, 필요한 게 있을 때만 전화를 하곤 합니다. "엄마, 이번 주에 집에 가요", "아빠, 그때 말씀하신 거 어디 있어요?"처럼 말이죠. 하지만 부모님이 가장 기다리는 건 아무 이유 없이 걸려 오는 자식의 전화 한 통입니다.
용건이 없어도 좋습니다. 길 가다 예쁜 꽃을 봤을 때, 오늘 점심 메뉴가 맛있었을 때, 그냥 문득 생각이 났을 때 툭 전화를 걸어보세요. "그냥 생각나서 해봤어"라는 그 한마디가 부모님에겐 세상 가장 큰 위로가 됩니다.
둘째, 부모님의 이야기 끝까지 듣기.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의 이야기는 본인도 모르게 자꾸 반복됩니다. 옛날에 고생했던 이야기, 젊었을 적 잘 나갔던 이야기, 혹은 동네 이웃과의 소소한 갈등까지 들었던 얘기를 또 하곤 하죠. 그럴 때 우리는 바쁘고 답답하다는 이유로 "아유 엄마, 그 얘기 지난번에도 하셨잖아"라며 뚝 끊어버리곤 합니다.
부모님의 대화법은 서툴고 장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끊거나 가르치려 들지 말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들어주세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라는 질문 하나면 충분합니다.
셋째, 함께하는 시간 만들기. 명절이나 생신 때 좋은 옷을 선물하거나 가전제품을 바꿔드리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런 물질적인 것들은 부모님의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채워주지 못합니다.
부모님이 진짜 부러워하는 건, 이웃집 누군가가 자식 손을 잡고 동네 공원을 산바카라하거나 같이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는 이야기입니다.
부모님에게 필요한 건 값비싼 물건이 아니라 자식과의 시간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집 앞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혹은 동네 산바카라길을 함께 걸으며 온전히 둘만의 시간을 선물해 보세요.
넷째, “엄마, 아빠 건강 챙기세요” 한마디. 우리 부모님들은 자식이 아프다고 하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옵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이 아플 때는 자식들이 걱정할까 봐 꽁꽁 숨기죠.
"나이 먹으면 다 여기저기 쑤신 거다", "아무렇지도 않다"라며 괜찮은 척을 합니다. 그럴 때 "병원 가보세요"라는 딱딱한 말 대신, 진심이 담긴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합니다.
부모님도 자식에게 걱정받고, 보호받고 싶어 하는 연약한 한 사람일 뿐입니다. 잔소리 같은 조언 대신, "엄마 아빠가 건강해야 내 마음이 편해. 건강 조심해야 해"라는 진심 어린 멘트 한번 건네보세요.
다섯째, 의견 존중하기. 시대가 워낙 빠르게 변하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일에 부모님들이 뒤처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럴 때 자식들은 답답하다는 뜻으로 부모님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요즘 세상은 안 그래요"라며 선을 긋곤 합니다. 자식에게 평생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부모님은 이 순간 가장 큰 자괴감을 느끼죠.
집을 구하거나 투자를 할 때, 아버지가 옛날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요즘 트렌드와는 전혀 맞지 않는 얘기였죠. 예전 같으면 "아빠, 요즘 부동산은 그렇게 안 돌아가요"라며 잘라 말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 아빠 시절에는 그런 방식으로 해결하셨구나. 아빠 말씀 들으니까 내가 놓친 부분이 뭔지 알겠어. 참고해서 잘 결정해 볼게"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제 말에 아버지는 당신이 여전히 자식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사실에 무척 뿌듯해하셨고, 그날 저녁 유독 기분이 좋아 보이셨습니다.
부모님의 의견이 현실과 조금 동떨어져 있더라도, 그 안에 담긴 자식을 향한 염려와 사랑만큼은 진짜배기입니다. 경험과 지혜를 존중하고 후에 내 의견을 부드럽게 설명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부모님이 우리에게 바라는 건 대단한 기적이 아닙니다. 그저 "내가 여전히 내 자식에게 필요한 존재인가?", "우리 아이가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는가?"에 대한 확인일뿐입니다.
큰돈을 들여 효도하겠다는 다짐은 잠시 접어두셔도 좋습니다. 그 대신 지금 스마트폰을 열고 부모님 이름 석 자를 찾아보세요. 그리고 딱 3분만 아무 용건 없이 전화를 걸어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라고 말해보세요. 그 3분의 시간이 부모님의 일주일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인생 최고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