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열여덟, 정치하기에는 아직 어린가요?

[민주주의와 민주시민교육] 청소년의 목소리가 권한이 되려면

by김하종

처음 투표권을 쥔 열여덟 살 학생을 떠올려 봅니다. 주변 어른들은 어엿한 유권자가 되었으니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살피고, 소중한 한 표를 신중하게 행사하라고 당부합니다.그런데 그 학생이 이렇게 되묻는다면 어떨까요?


“저도 언젠가 직접 선거에 출마하고 싶어요. 우리 동네에서 꼭 바꾸고 싶은 게 있거든요.”


기특해하는 이도 있겠지만, 대뜸 “학생이 공부부터 해야지”라고 타이르는 이도 있을 것입니다. 아직 세상을 잘 모르니 더 배우고 경험을 쌓은 뒤에 생각하라는 조언이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대표를 선출할 만큼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으면서도, 왜 직접 대표가 되겠다는 포부 앞에서는 나이부터 걱정하는 걸까요?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지지한다고 말할 때, 우리가 상상하는 허용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앞선 두 글에서는 자신의 문제를 공동체의 의제로 만들고, 서로 다른 생각을 토론하는 경험을 다루었습니다. 이번에는 그 경험이 학교의 문을 넘어 정당과 의회, 지역슬롯의 실질적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정치교육은 학생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권력과 제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의 자리를 찾도록 돕는 디딤돌이 되어야 합니다.


법 개정으로 열린 문, 여전히 남아 있는 문턱

서문에서 던진 “우리나라에는 왜 10대 국회의원이 없을까?”라는 질문으로 돌아가 봅니다. 이 질문을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보려면, 우선 달라진 법적 토대부터 짚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직선거권 연령 기준은 만 18세입니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의 피선거권 연령 역시 2022년 법 개정을 통해 만 18세로 낮아졌습니다. 지방선거 출마에 거주 요건 등이 따르긴 하지만, 이들 선거에서는 열여덟 살이라는 나이만으로 출마를 막는 장벽이 이미 허물어진 것입니다.


정당 가입 연령 기준은 만 16세입니다. 다만 만 18세 미만은 입당 신청 시 법정대리인의 동의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또 공직선거법상 만 18세 미만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 정당에 가입할 수 있는 나이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나이에 차이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논할 때는 이렇듯 구체적인 권리와 제도의 차이를 살펴야 합니다. 법적으로 가능한 일과 제한된 일을 정확히 이해하고, 나아가 그 제한이 과연 타당한지 묻는 과정 자체가 정치교육의 중요한 내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출마할 ‘자격’을 갖춘 것과 실제로 출마할 ‘조건’을 갖춘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선거를 준비하려면 시간과 비용, 함께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정당 후보로 출마하려면 당 안에서 의견을 내고 공천 과정에 참여할 기회도 있어야 합니다.


청소년의 대표성이 부족한 이유를 단순히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덜 배웠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기성 정당과 제도가 이들에게 실질적인 기회의 문을 얼마나 열어두고 있는지도 따져 물어야 합니다. 정치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느라, 정작 정치가 감당해야 할 몫까지 학생과 교사에게 떠넘겨서는 안 됩니다.




정치는 이미 청소년의 하루를 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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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청소년도 정치가 빚어낸 조건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학교에 가는 버스의 배차 간격, 동네 도서관의 폐관 시간, 아르바이트 중 다쳤을 때 받을 수 있는 보호 조치, 찜통더위 속 교실과 일터의 안전을 누가 바카라임지는지까지. 이 모든 일상에는 예산과 제도, 공공기관과 기업의 결정이 얽혀 있습니다.


가령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려는데 버스가 너무 일찍 끊기는 동네를 상상해 봅시다. 누군가는 보호자의 차를 타고 돌아가지만, 누군가는 비싼 택시비를 감당하거나 참여하고 싶은 활동을 포기해야 합니다. 똑같은 시간표라 해도 모두가 감내해야 하는 불편의 크기는 이처럼 다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누구를 찾아가야 할까요? 학교에 통학 지원을 요청할 사안인지, 지자체에 노선 조정을 제안할 사안인지 살펴야 합니다. 버스 운행을 늘리는 데 필요한 예산과 버스 노동자의 근로 조건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예산 편성 및 심의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정치교육은 바로 이러한 질문을 따라가며 작동합니다. 내 일상의 불편과 공적 결정 사이의 연결 고리를 파악하고, 상충하는 요구들을 조정하며, 권한을 가진 이에게 합당한 이유와 바카라임을 묻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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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기후정의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세상 곳곳에 아프고 힘들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곳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에게 들려줄 사랑 이야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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