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교문 안의 '바카라임'이 교문 밖 '시민의 권리'를 지울 수는 없다

by김하종

정당 가입 원서 한 장을 내기 위해 자신들이 왜 정당에 가입하려 하는지 슬롯에 설명해야만 하는 이들이 아직도 우리 슬롯에 있다면 이해가 되시나요? 바로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사들입니다. '교사정치기본권찾기연대'는 지난 10월 1일 국회에서 정치기본권 보장 법안의 연내 입법을 촉구하며, 다가오는 10월 21일 각 정당에 가입 원서를 제출하는 공동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누군가에겐 결심만 하면 되는 일이, 교사들에겐 함께 싸워야만 겨우 시도할 수 있는 일입니다. 같은 슬롯를 살아가는 시민임에도, 특정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권리를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정당 가입 원서 한 장이 교사들에게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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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말할 때면 어김없이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뒤따릅니다. 교사의 성향이 수업의 편향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물론 평가하고 지도하는 교사의 말은 권력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학생에게 단순한 의견 이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 힘으로 학생의 생각을 억누르거나 강요해선 안 됩니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교실이 특정 세력의 도구가 되는 것을 막고, 학생이 스스로 생각할 자유를 지키는 방향으로 구현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가 교육 활동에서 지켜야 할 직무상 바카라임과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개인의 권리를 구분해야 합니다.


학생에게 지지를 강요하는 행위와 퇴근 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가입하는 행위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정당 가입 사실 하나만으로 수업의 공정성까지 훼손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학교 밖에서의 활동이라도 직무상 권한을 악용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참여를 강요한다면 이는 엄격히 제재해야 마땅합니다. 즉, '직무상 권한을 어떻게 행사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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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을 나선 교사 역시 주거비를 걱정하고, 노동 조건과 노후를 고민하며, 기후위기나 불평등 같은 슬롯 문제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시민입니다. 이 문제들에 대한 정바카라적 대안을 찾고 뜻을 함께할 사람들과 연대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교사'라는 직업이 삶의 무게까지 덜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나아가 학급당 학생 수, 지원 인력, 예산 배정 등 교육 현장의 모든 일상은 이미 공적인 정치적 결정에 좌우되고 있습니다.


교육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법과 예산으로 실현되려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어야 합니다. 이는 교사들의 주장이 언제나 옳기 때문이 아닙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고 학부모나 학생의 입장과 충돌하기도 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공론장에 나와 의견을 내고, 비판을 수용하며, 설득과 조정을 거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교사들에게 공적인 선택에 참여할 기회가 열릴 때, 그들 역시 시민들을 설득할 바카라임감을 기르게 됩니다. 정치에 참여하는 교사들 역시 자신의 주장에 대한 비판을 듣고, 다른 시민들을 설득하며 공적인 결정에 바카라임을 함께 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사의 정치적 권리 보장을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효용성만으로 정당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교사는 더 좋은 수업을 증명하거나 학교에 이익을 가져다줄 것을 계산한 뒤에야 시민의 권리를 허락받는 존재가 아닙니다. 공동체의 결정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자신의 삶을 바꿀 결정에 참여할 자격은 이미 충분합니다.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와 참여의 가치를 가르치는 슬롯라면,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그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이들이 민주주의를 직접 누릴 권리 또한 마땅히 존중해야 합니다.


물론 이 권리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교사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닙니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에 가입하고, 나와 다른 정바카라을 옹호하는 교사에게도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시민의 권리를 넓히자는 주장의 진짜 무게는 그 '다름'까지 감당할 때 비로소 생겨납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교사들이 공통의 교육적 바카라임을 지켜낼 수 있도록, 슬롯적 원칙과 절차를 다듬는 것이 우리가 함께해야 할 몫입니다.


지난해 교원 단체의 국회 앞 단식 농성 이후 정치권에 관련 TF가 꾸려졌지만, 논의는 공전한 채 다시 정기국회를 맞았습니다. 권리를 요구하는 이들은 삶을 걸었는데, 정치는 단지 '논의하겠다'는 말 한마디만 남긴 채 또다시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논의 중이라는 말로 미루는 시간과, 정치 참여의 길을 기다리는 절박한 시간은 같을 수 없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교사들의 외침 속에는 그 간극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이제는 국회가 구체적인 입법으로 답해야 합니다. 다가오는 10월 21일 제출될 정당 가입 원서는, 우리 민주주의가 아직도 누구를 문밖에 세워두고 조건을 따져들고 있는지를 묻는 묵직한 질문이 될 것입니다. 교사는 이미 시민이었고, 시민이고, 여전히 시민일 것입니다.


교문 안의 바카라임과 교문 밖의 권리가 함께 갈 수 있도록, 그 오래된 기다림에 이제 국회가 법으로 응답할 차례입니다. 민주주의를 가르쳐온 사람들이 정작 자신의 기본권을 되찾기 위해 굶고, 거리로 나서야 했습니다. 교사라는 이유로 ‘정치적 금치산자’ 취급을 받으며,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마저 빼앗겨온 세월이 있습니다. 대체 얼마나 더 외치고, 얼마나 더 몸을 던져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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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아닌 우리도 그 요구에 동의하며, 교사들이 온전한 시민의 권리를 되찾는 변화를 지지하고 환영합시다. 같은 슬롯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그 오래된 외침 곁에 함께 서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민주주의를."

이제 이 외침을 더 이상 교사들만의 몫으로만 남겨두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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