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06] 생활임금과 노동복지기금으로 만드는 춘천의 안전망
춘천의 하루는 누군가의 이른 출근으로 시작된다.
첫차가 다니기 전에 건물을 청소하고, 식당과 마트의 문을 열고, 아이와 노인을 돌보고, 물건과 음식을 나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노동들이 멈추면 도시의 일상도 곧 멈춘다.
우리는 춘천에 일자리가 몇 개인지는 자주 언급하지만, 그 일자리로 한 사람이 춘천에서 얼마나 살아갈 수 있는지는 잘 묻지 않는다. '저임금'은 한 달 내내 빠듯하다는 말로 단순히 설명하기 어렵다. 급여가 며칠 늦어지거나 몸이 아파 일주일을 쉬고, 계약이 끝나 다음 일을 구하기까지 짧은 공백만 생겨도 월세와 공과금이 밀릴 수 있다. 작은 균열 하나가 연체와 부채, 주거불안으로 이어진다.
이는 저축을 안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유급병가가 없는 일자리와 충분하지 않은 안전망이 한꺼번에 겹친 결과다. 개인에게 조금 더 버텨보라고 말하기 전에, 도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2026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이다. 주 40시간, 월 209시간 기준으로 세전 월급은 215만6,880원이다. 같은 해 강원특별자치도의 생활임금은 시간당 1만2,087원이다. 월 209시간으로 계산하면 252만6,183원, 최저임금과 약 36만9천 원 차이가 난다.
36만9천 원은 누군가에게 관리비와 통신비이고, 출퇴근 교통비와 병원비이며, 한 달 식비의 상당 부분이다. 넉넉한 생활을 위한 여윳돈이라기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법이 정한 임금의 가장 낮은 선이라면, 생활임금은 그 임금으로 실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지를 되묻는 기준이다.
하지만 강원특별자치도의 생활임금은 도와 도 출자·출연기관, 도로부터 사무를 위탁받은 기관의 기간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 춘천시가 직접 고용하거나 춘천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기관, 민간위탁·용역업체 노동자에게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비슷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어느 기관의 예산으로 고용됐는지에 따라 임금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기초지자체에서 생활임금을 검토한다면 출발점은 분명하다. 모든 민간기업의 임금을 지방정부가 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춘천시가 직접 고용하고 출자하고 위탁하고 발주하는 일자리부터 모범사용자로서 별도의 기준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대법원도 지방정부의 공공기관과 공공계약 영역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적용하는 사무를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로 인정한 바 있다.
춘천에 노동자를 위한 지원정바카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춘천형 일자리 안심공제는 노동자와 기업이 매달 각각 15만 원을 내고 춘천시가 20만 원을 보태, 5년 동안 월 50만 원을 적립하는 사업이다. 2026년 모집 규모는 500명이다. 노동자의 장기근속과 자산 형성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청년근로자 복리후생 지원사업도 있다. 2026년에는 춘천 소재 중소기업의 청년 상용근로자 150명에게 1인당 춘천사랑상품권 100만 원을 지급한다. 다만 2024년 이후 신규 입사, 동일 온라인 게임 3개월 이상 재직, 주 36시간 이상 상용근로, 연령과 소득기준 등의 요건이 있다.
두 사업 모두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지원이 닿는 범위다. 안심공제는 기업이 함께 부담금을 내고 노동자가 5년 이상 재직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노동자 지원 역시 일정한 노동시간과 재직기간을 전제로 한다. 고용관계가 비교적 안정적인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기간제·단시간·일용직 노동자나 이직이 잦은 노동자에게는 접근하기 쉽지 않다. 플랫폼·특수고용처럼 전통적인 사업장 관계 밖에서 일하는 사람은 쳐다볼 수조차 없는 정바카라이다.
오히려 가장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일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정바카라 대상에서 빠지는 역설이 생긴다. 춘천에는 몇 년 뒤의 목돈을 마련하도록 돕는 정바카라과 함께, 당장의 이번 달 생활부터 무너지지 않도록 지지해주는 정바카라이 필요하다.
이 빈틈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본 곳이 울산 동구다. 동구는 2023년 「노동복지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를 제정해 지자체와 민간의 출연금을 모았다. 실직과 폐업, 산업재해, 질병, 임금체불 등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노동자를 돕기 위해서다. 지원 대상의 문턱도 낮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뿐 아니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까지 포괄했다. 첫해 16억 7천만 원으로 출발해 2027년까지 80억 원 조성을 목표로, 긴급생활안정자금과 주택자금 대출이자 지원 등에 쓰이도록 설계됐다.
물론 처음부터 제도가 매끄럽게 작동한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융자 한도가 낮고 신청 기간이 짧아 정작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구는 즉각 제도를 손봤다. 2025년 융자 한도를 500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두 배 늘리고, 퇴직 후 신청 가능 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넓혔다. 현실에 맞게 기준을 완화하자 변화는 뚜렷했다. 2025년 1분기 지원액(8,044만 원)이 단 세 달 만에 전년도 전체 지원액(5,354만 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이 사례에서 눈여겨볼 것은 기금의 크기만이 아니다. 곳간에 아무리 돈을 많이 쌓아두어도 정작 위기의 순간에 신청하기 어렵다면 없는 제도나 마찬가지다. 얼마나 많이 모았느냐보다, 삶이 흔들리는 순간 필요한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최근 정부 역시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등 비정형 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지원체계로 가칭 'K-노동복지회의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8월 출범한 준비 작업반을 중심으로 조직 형태, 의사결정 구조, 퇴직공제 및 재원 조성 방안 등을 논의 중이며, 연말까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해당 제도는 아직 재원 구조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노동자 개별 회비에 의존하는 민간 공제회 모델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지자체 차원에서 노동복지정바카라을 설계할 때 우선하여 확립해야 할 원칙이 있다. 임금 체불이나 실직, 질병 등으로 당장 생계 위기에 처한 노동자에게 공제 회비 납부 여부를 선행 요건으로 요구하는 것은 긴급 지원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춘천형 노동복지기금'의 핵심 역할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생계 위험에 직면한 노동자에 대해 공제 가입이나 회비 납부 여부와 관계없이 즉각 작동하는 '공공 차원의 1차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사업 초기의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첫해에는 15억~20억 원 규모의 기금 조성을 검토안으로 설정하되, 세부 규모는 춘천시 저임금·불안정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와 시 재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확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사업 내용 또한 선택과 집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무급휴직, 임금 체불로 생계 유지가 어려운 노동자에게는 소액의 긴급생계비를 직접 지원하고, 일시적 자금난에 대해서는 최대 1,000만 원 한도의 저리 융자를 제공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보증부 월세 이자 등 주거비 부담 경감 사업도 병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주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지원 수단의 다변화다. 상환 능력이 있는 대상자에게는 저리 융자가 유용한 지원바카라이 될 수 있으나, 생계적 한계 상황에 놓인 노동자에게 신규 대출을 부여하는 것은 자칫 채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대상자의 상환 능력 및 위기 수준에 따라 직접 지원과 대출 지원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재원을 모아 상해·경조사·건강 증진 등 일상적 위험에 대비하는 '노동자 공제회'는 이와 같은 공공 안전망 확립 이후의 선택지다. 공공기금과 민간 공제회는 상호 배타적인 제도가 아니며, 공공의 기본 안전망이 견고하게 구축되어야 비로소 자발적 상호부조 체계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정바카라의 수립과 집행에서 상호 간의 선후 관계를 명확히 정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노동복지기금은 목표액 달성 시점까지 집행을 유예하는 단순 적립식 운용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매년 안정적인 재정 출연을 바탕으로 적립과 집행이 병행되는 지속가능한 운용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기업,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의 민간 출연금을 유치하되, 민간 재원 유치 여부가 사업 추진의 필수 전제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소속 사업장의 재정 여건이나 출연 여부에 따라 노동자의 복지 접근성이 차별받는 구조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기금 운용의 거버넌스 구축에 있어서도 당사자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기금운용위원회를 공무원 및 전문가 위주로만 구성하기보다,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와 노동계 추천 인사의 참여 비율을 합리적으로 명시함으로써 수요자 중심의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투명성을 제고하고 피드백 체계를 구축하는 것 역시 필수적이다. 단순 기금 잔액 공개에 그치지 않고, 신청자의 업종·고용형태별 현황, 신청 대비 지급까지의 소요 기간, 미지원 사유에 대한 상세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공시해야 한다. 이러한 통계적 축적은 매년 제도의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현장 맞춤형으로 정바카라을 보완하는 객관적 근거가 된다.
기존 지원 인프라와 연계함으로써 활용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신규 전담 기관 신설에 따른 고정비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춘천시가 보유한 기존 노동법률상담 및 근로자 지원 기능을 연계한 '원스톱(One-Stop) 복지 포털' 체계를 구현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통해 임금 체불 상담을 방문한 노동자가 동일 창구에서 긴급생계지원 안내를 받고 노동청 진정 및 대지급금 신청까지 다각적으로 연계받을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개편해야 한다.
또한, 지원 대상자 자격 심사 시 표준근로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 급여명세서, 통장 입금 내역, 원천징수 자료, 플랫폼 소득 기록 등 실질적인 노동을 제공하고, 소득 발생을 증빙할 수 있는 다각적 대안 자료를 폭넓게 인정하는 유연한 자격 검증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등 기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형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과 근로자추정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2026년 12월 입법 목표, 고용노동부). 이는 공정한 계약과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자성 입증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기본법 제정이 기존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성 인정 기준을 우회하거나 대체하는 수단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경계는 춘천시의 노동복지정바카라을 설계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노동복지기금이 구조적인 저임금을 상시 보전하는 보조금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되며,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임금 지급 의무를 공적 재정으로 대납하는 제도로 작동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생활임금'과 '노동복지기금'의 정바카라적 역할을 명확히 분리하여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생활임금'은 춘천시 직접 고용 및 예산 지원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적정 인건비를 보장하는 사전적·예방적 기준이다. 반면 '노동복지기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실직·질병·체불 등 불가피한 생계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의 삶이 붕괴하는 것을 막는 사후적·구호적 장치다.
이에 따라 임금 체불 노동자에게 공공 재정으로 긴급생계비를 선지급하더라도, 사업주의 법적 변제 바카라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긴급 지원과 동시에 노동청 진정, 대지급금 신청, 법률 지원 등의 절차를 병행하여 사업주의 바카라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
아울러 2026년 3월부터 시행 중인 개정 노동조합법 제2·3조는 실질적 근로조건 결정권을 가진 원청의 사용자 바카라임을 강화하고 교섭을 제도화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지역 차원의 노동복지정바카라 역시 이러한 법적 사용자 바카라임과 노동기본권의 확립이라는 대전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반 위에 더해지는 '보완적인 안전망'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노동정바카라 성과를 단지 '일자리 창출 개수'라는 양적 지표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제공되는 일자리가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임금을 수반하는지, 질병 발생 시 휴식권을 보장받는지, 임금 체불 상황에서도 주거와 생계의 기반이 유지되는지, 그리고 고용 계약 종료 후 재취업에 이르기까지의 공백을 견뎌낼 제도적 시차가 존재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지역 정착의 개념 또한 단일 사업장 내 장기 근속에만 국한될 수 없다. 노동 이동이나 일시적 실직, 생계 위기 상황에서도 지역 슬롯 내에서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위기에 직면했을 때 개인의 자구바카라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제도적 안전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신뢰가 확립될 때, 비로소 노동자는 해당 지역에서 장기적인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시민이 도시에 정주하는 동인은 단편적인 일자리 수치에 그치지 않는다. 노동의 공백이나 예상치 못한 위기 속에서도 일상의 전면적 붕괴를 막아주는 공공의 안도감, 그리고 지역 내에서 지속적인 삶의 재기가 가능하다는 확신이야말로 진정한 정주 여건의 핵심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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