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노동에도 기준과 원칙이 있다
알바의 추억 2편: 일을 잘 못하면 눈치라도 있어야지 (막노동에도 기준과 원칙이 있다)
알바의 추억을 떠올리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또 하나 있어요. 흔히 말하는 '노가다' 알바를 했던 때입니다. 지금부터는 '막노동'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할게요. 그저 힘든 일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막노동에도 기준과 원칙이 있었어요. 일을 잘 못하면 눈치라도 있어야 하는데... 검프는 그게 부족했습니다. ㅠㅠ
장면 1: 일할 땐 일하고 밥 먹을 땐 밥 먹자!
막노동을 하면 식사 시간이 가장 기다려집니다. 몸이 힘든 일이다 보니 배가 고프기 마련이죠. 또 밥 먹고 나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막노동을 시작하고 며칠 뒤, 이 세계에 존재하는 첫 번째 룰을 알게 됐습니다. 시원한 욕 한 사발과 함께 말이죠. ㅠㅠ
"김군아~ 점심 왔다~ 밥 묵자~"
"네~ 지금 하던 거 요것만 마저 하고 갈게요."
그런데 이렇게 말했다 그만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야 이 자식아! 밥 먹자고! 뭐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꼭 밥 먹을 때 일하려고 그래!"
"밥 묵자카면 하던 일 바로 멈추고 식사 준비해야지."
동작이 굼뜨면 순간 베테랑 아저씨들로부터 시원한 욕이 한 사발 날라와요. 지금 생각하면 참 정겨운 욕인데 그땐 참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그 후로 몇 번 더 욕을 듣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식사 시간을 알리는 신호가 오면 그 순간 바로 삽을 놓아야 한다는 것을.
장면 2: 낮잠과 밤잠에도 룰이 있다
<낮잠>
그렇게 점심을 먹고 나면 반드시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낮잠! 이유 불문, 장소 불문이에요. 눕기 좋은 곳이 있으면 그곳에서 일정 시간 낮잠을 자야 했습니다. 안 자면 그냥 누워 있기라도 해야 했죠. 누가 강요하거나 뭐라 하지 않았지만 그냥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 또한 룰이었어요.
<밤잠>
하루 일과가 끝나면 숙소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주로 공사 지역이 외딴곳이라 밖에서 딱히 할 일도 없었어요. 그보다는 몸이 힘들어 놀 기운이 없었습니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이 한창 열리던 여름으로 기억해요. 올림픽 중계!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이벤트입니까? 그러나 그림의 떡! 저녁 8~9시쯤 되면 불 끄고 자야 했습니다. ㅠㅠ 뭐 딱히 이유도 없어요. 굳이 이유를 찾자면, 다음 날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
장면 3: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이걸 마신다고?
어쩌면 막노동 알바를 하면서 가장 놀랐던 순간이 아닐까 싶네요. 흥미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중간에 참 먹는 시간이면 베테랑 아저씨들이 꼭 찾는 게 있었어요. 워낙 더운 여름이니까 큰 페트병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얼린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간장을 섞은 얼음 물이었어요. 이걸 마신다고?
네! 정말 마셨습니다. 그것도 벌컥벌컥! 제게도 권해서 몇 모금 마셔봤지만 도저히 넘길 수 없었어요. 그때 알았습니다. 난 아직 그 정도 짬밥이 안 된다는 사실을. 그런데 힘든 일을 하는 현장에서는 흔한 장면이라고 하더라고요. 농사일을 하시는 장인어른도 그렇게 하신다고 했습니다. 저 같은 애송이가 그걸 알 리가 있나요.
# 결코 함부로 쓸 수 없었던 돈!
그렇게 좌충우돌 한 달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두둑한 일당을 받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목돈도 손에 쥐었겠다 뭔가 근사한 뒤풀이를 했을 듯싶지만... 그 돈은 결코 함부로 쓸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일해서 번 돈인지 제가 가장 잘 아니까요. 대신 함께 일한 동료들과 소박하게 시원한 생맥주를 마셨습니다. 맛있는 치킨 안주와 함께 말이죠.
그때 이후 다시 막노동 알바를 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래서 더 소중한 추억이자 값진 경험으로 여겨지네요. 나도 노가다 알바 해봤다고, 노가다 알바 해봐서 나도 좀 안다고 어디 가서 대화에 낄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땀 흘려 번 돈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아! 생각해 보니 땀 흘려 알바하고 번 돈이 하나 더 있었네요. 다음 3편에서는 그 이야기 좀 해볼게요.
https://m.blog.naver.com/gumplife2/224337102156
알바의 추억 1편: 다시 하고 싶은 아르바이트가 있다면 그건...
SNS에서 우연히 알바(아르바이트)에 관한 글을 읽었습니다. 나의 과거는 어땠나? 내가 어떤 알바를 했었...
m.blog.naver.com
#검프 #검프이야기 #검프인생 #알바 #아르바이트 #추억 #노가다 #막노동 #간장 얼음물 #낮잠 #눈치 #기준과 원칙 #일당 #뒤풀이 #치킨 생맥주 #베테랑 #공사판 #모두의회고 #커리어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