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과 오십춘기 아빠의 아이돌 그룹 공연 관람기

세븐틴의 도겸 * 승관 대구 콘서트

by김재일

조기 은퇴자의 일상 74. 사춘기 딸과 오십춘기 아빠의 아이돌 그룹 공연 관람기 (세븐틴의 도겸 * 승관 대구 콘서트)


#1 아빠와 딸의 연결 고리: 공연 관람

지난 주말, 딸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공연장에 갔다. 딸은 캐럿이다. 세븐틴(SEVENTEEN) 도겸 * 승관의 대구 콘서트 날이었다. 나는 공연 보러 갈 때의 그 마음을 잘 안다. 그래서 마치 내가 보러 가는 것처럼 설렌다. 딸의 보호자로 따라가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공연 관람은 사춘기 딸과의 서먹함도 한 방에 날려준, 내겐 참 고마운 분야다. 아마 와이프보다 내가 잘 하는 게 이거뿐인 듯싶다. ^^


KakaoTalk_20260530_162940343(%ED%8E%B8%EC%A7%91).jpg?type=w580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는 대구 공연장 모습: 전국에서 해외에서 온 수많은 팬들로 가득했다.


딸과 함께 공연장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세상 모든 여자들이 다 모인 것 같다. 신기할 정도로 남자 찾기가 어렵다. 남자 아이돌 그룹 공연이라 그럴 것이다. 그리고 공연장 주변으로 온통 외계어만 들린다. 한국보다 중국, 일본, 대만 팬들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2 공연 끝날 때까지 지루할 틈이 없다?

오늘은 공연 끝날 때까지 4시간을 혼자서 보내야 한다. 기다리는 시간에 주로 글을 쓰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다만 노트북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근처 카페에 왔는데 예상대로 자리가 없었다. 날이 날인만큼 다행히 호텔 로비까지 빌려서 장사를 했다. 덕분에 좋은 1인석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어느 순간, 손님이 슬글슬금 빠지더니 공연이 임박하자 카페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노트북을 펼치기에도 글을 쓰기에도 최적의 환경을 찾아 참 좋았다.


딸을 기다리며 카페에 3시간째 앉아 있을 무렵이었다. 카페 방침에 1회 이용 시간은 2시간이었는데, 누가 뭐라 하지 않았지만 지켜줘야지 싶었다. 짧은 시간에 커피 두 잔은 부담스럽고, 다른 음료를 마시자니 그건 별로였다. 그렇다고 케이크나 쿠키를 먹기는 싫었고. 그때 진열대에 있는 각종 상품들이 보였다. 머그는 비싸고, 원두는 이미 많이 있다. 텀블러도 가게 차릴 만큼 집에 쌓여 있고.


20260530_185900.jpg?type=w580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즐겨 찾는 동일한 프랜차이즈 매장의 스틱 커피! 내가 좋아하는 커피 맛이라 구입하는데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고민하던 중 딱 좋은 해결바카라이 보였다. '디카페인 스틱커피' 구입! 본가에 가면 원두커피가 없어 늘 아쉬웠는데, 그때 휴대용으로 지니고 있으면 좋을 거 같았다. 디카페인이라 크게 부담도 없고. 10개에 5,300원! 추가 주문 한 잔 값으로 10잔을 확보했다. 여기서 마시게 물 좀 달라고 하면 오버겠지?


20260531_011450.jpg?type=w580그날, 본가에서 바로 한 잔 마셨다. 시원한 아이스커피로...


#3 공연 관람 뒤풀이까지 완벽하게!

세븐틴의 도겸 * 승관 공연이 열린 곳은 대구였다. 대구에서 30년 가까이 살았으니 제2의 고향이다. 장장 3시간 30분의 긴 공연에도 불구하고, 관람 후 딸은 아직도 감동과 흥분의 도가니였다. 이제 남은 건, 멋진 뒤풀이를 해주는 것이다. 목이 터져라 노래 부르고 신나게 춤추며 즐겼을 테니 배가 고픈 건 당연한 일! 맛있는 걸 먹어줘야지.


20260530_235606.jpg?type=w580자정에 배달 주문해도 이 정도로 나오는 대구 뭉티기 클라쓰! 얼마나 유명한 지 1시간 넘게 기다렸다는...


대구는 '뭉티기'라 불리는 음식이 유명하다. 당일 도축한 소의 생고기를 썰어 먹는 건데, 뭉텅뭉텅 썰어도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그리고 절대 빠지면 안 되는 것 하나! 고춧가루 + 마늘 + 참기름 조합의 양념장이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대구보다 생고기가 더 부드러운 곳은 봤어도, 이 특유의 양념장 맛을 내는 곳은 못 봤다. 오직 대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제 양념장이다.


20260530_235624.jpg?type=w580뭉티기를 찍어 먹는 양념장: 직접 짠 참기름, 의성 마늘, 영양 고추가 만나야 한다.


다른 도시에서는 대구 뭉티기 맛 내기가 힘들다. 혹시 아직 대구 뭉티기를 못 먹어봤다면, 나중에 대구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꼭 한 번 맛 보라 추천하고 싶다. 대구 시내 곳곳에 '뭉티기' 식당들이 많다. 위아래 사진들은 뒤풀이 때 딸과 함께 먹었던 뭉티기 자태다. 다시 봐도 영롱하고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그런데! 딸은! 서비스로 왔던, 소의 간과 천엽에 더 욕심을 냈다는... 대단한 캐럿 딸! 아빠도 못 먹는 소 내장을 먹다니...


20260530_235611.jpg?type=w580대구 뭉티기(위)와 육회(아래)


#4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사춘기 딸과 오십춘기 아빠의 공연 관람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딸은 점점 더 내 품에서 멀어질 것이다. 그 사이 나는 더 나이가 들며 늙어 갈 테고. ㅠㅠ 갑자기 먹먹함까지는 아닌데 뭔가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느낌이다. 그래서 오늘 함께 한 시간도, 앞으로 같이 할 순간도 하나하나가 참 소중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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