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바카라값을 내가 정한다면
봄에 바쁜 일상을 보낸 탓에 7월쯤에 나오기로 한 원고의 수정본이 늦어졌다. 원고 수정본을 두 세 차례 주고받았는데 나의 게으름으로 회신이 늦어진 것이다. 일 학년 아이들은 생각보다 일찍 끝났고, 놀이터 사랑은 여전했고 중간중간 변수 같은 일도 생겼기에 글을 쓰고 고쳐야겠다는 다짐보다 피곤에 절어 잠자기에도 바빴다.
마음 한 쪽에 수정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덮어놓은 숙제 같았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한 번도 재촉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때그때 나의 상황과 안부를 물어봐주신 대표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나는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도 늘 재밌게 읽는 편이었다. 글을 쓰면서 실제 울고 웃고, 온갖 감정의 희로애락을 다 느낀 터라 꺼내봐도 비슷한 감정으로 몰입되곤 했다. 하지만 이건, 이번엔 좀 달랐다.
막상 보고 또 들여다보니, 다시 써놓은 글을 처음부터 자리 잡는 순서부터 생각하며 읽어 나가다 보니 객관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대학교 때부터 이어진 오타와 비문, 안 좋은 습관들이 눈에 띄게 보인건 물론이고 일단 글을 쓴 주인공이(=물론 '나'다) 정신병자 같기도 하고 나는 왜 이리 괴팍하고 이상한 엄마일까, 하는 자괴감도 밀려왔다. 이상한 성격의 이상한 글을 이렇게 내는 게 맞는 걸까, 처음으로 고민스럽기도 했다.
소설 수업을 가르쳐주신 조성기 선생님께서 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퇴고하는 게 싫어서 그냥 글을 고치는 과정을 안 해서 지금껏 제대로 글을 못 쓰는 것 같다고 하니 원래 무슨 글이든지 오래 한 문장, 한 문장 들여다보면 멀쩡한 글도 이상해 보인다고. 나처럼 와르르 한 번에 다 쓰려는 사람은 자기 글을 반복해서 읽고 퇴고하는 과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그건 당연한 거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까슬까슬한 나무 표면을 대패질하듯 조금씩 써놓고 바로 고치고 또 고치고 그때그때, 신중하게 문장을 고르고 쓰는 연습을 하면서 글을 써나가야 한다고.
아, 비상한 해결바카라에 감탄하며 듣다가도 내가 하기에 너무 어려운 실천이라 느꼈는데 지금 그 과정을 하려니 자꾸 미뤄놓는 숙제가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뒤늦게 보낸 나의 수정 메일을 출판사 대표님께선 꼼꼼하게 답해주시고 마지막 회의 겸 얼굴을 보고 최종 수정본 확인을 같이 하자고 하셨다.
사실 꼼꼼하게 내가 원하는 그대로 검수해 주시고 박스나 글씨체 부분까지 신경 써주신 덕에 편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바카라'이란 걸 내 볼 수 있구나 대표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가장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시고 이끌어주신 분과의 미팅은 언제나 즐겁다.
글 쓰기도 싫어서 내 핸드폰에 제발 글을 쓰라며 온라인카지노 앱을 깔아줬던 얼짱과 쑥이 생각이 났다. 왜 잘 쓰는 글을 한 글자도 적지 않냐고, 화를 냈다가 어르기도 했다가 뭐라도 써봐야 한다고 다독이고 응원해 줬던 나의 친구들. 때마다 글쓰기 대회나 콘테스트가 열리면 바카라 두께만큼 뽑아서 글을 써보라고 응원해 줬던 우리 신랑까지. 혼자서는 발을 딛거나 움직이지도 않았는데(온라인카지노 앱이 깔린 지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온라인카지노 작가에 응모할 만큼 나는 늘 시작이 느리고 게으른 사람이었다) 시작과 연결이 날 이곳으로 데려다주고 만나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대표님과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고 바로 회의에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점검해야 할 부분들을 나누고 실명이 들어간 친구들, 지인의 이름을 한 번 더 짚어주셨다. 친구들은 자기 이름이 한 번씩 나오는데 대해 모두 불만사항은 없었지만 막상 기록으로 남는 형태로 나올 땐 다른 입장이 될 수도 있으니 이니셜처리를 하는 게 더 깔끔하다고 하셔서 세상에 나오는 '기록'과 남겨진 형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봤던 것 같다. 바카라으로 나오는 것만 해도 나에겐 큰 일이었기에 (속으론 누가 읽겠어, 하는 마음이 컸는데) 나와 상관없는 게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담았으니 바카라임감과 무게를 가져야겠단 다짐도 했다.
어린 시절, 유년에 대한 부모님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혹시 이런 걸로 부모님들께서 상처 입진 않을까요?
실명 거론과 저작권 문장과 사진에 대한 질문에 이어 마지막 질문은 예상을 넘어섰다. 조심스럽게 물어보시는 대표님의 질문에선 나와 우리 가족들을 생각해 주시는 속 깊은 배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친정어머니는 내가 쓴 글을 몇 번 보내드렸는데 별로 안 읽으시는 것 같고, 어떻게 읽는지 모른다고 하셔서 클릭해서 읽는 걸 알려드려도 익숙하지 않은 인터넷 사용이라 제대로 보신 적이 한 번도 없으신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찾아준 글을 한 두 편 정도를 읽으셨던 것 같은데 나는 분명 온라인카지노에 나의 일상, 내 감정, 내 이야기를 쓴 글을 보내드렸는데
그래서 00아, 네가 쓴 글이 소설이라는 거야?
아니면 뭘 쓴 거야? 너는 말만 많은 게 아니라 글도 길고,
글이 긴데 뭐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원 …
엄마의 말에 핵심이 찔린 것 같기도 해서 웃음이 터졌다.
아빠는 엄마보다 인터넷 사용이나 메일, 예전에 페이스북도 조금 하셔서 그런지 온라인카지노에 직접 가입까지 하셔서 내 글에 댓글을 달아주시기도 했다. 아빠의 응원이 든든했다.
아, 이 글로우리 엄마가 상처받으시는 건 또 아닌지, (그렇다면 엄마, 미안해) ^^
부모님께 받은 유년의 기억과 상처도 물론 있지만 나를 일으키고 다시 성장하게 한 힘도 부모님께로부터 나왔다. 쓸 때 당시엔 몰랐는데 나도 행여나 상처받으실 부모님을 염려해서일까, 이런 긍정적이고 감사한 몇 마디를 덧붙였기에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대표님을 안심시켜 드렸다. 나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한, 최면 같은 말일 수도 있고.
대화가 끝날 즘, 이제는 나의 질문 차례.
마지막 회의니 만큼, 가장 궁금했던 점을 묻기 시작했다.
▷ 전자바카라 형태로 먼저 출간이 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가격 바카라정은 어느 정도 되나요? 사실 궁금했거든요. 주변에서 전자바카라을 출간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4500원? 5000원? 대략 요 정도 가격을 생각하면 될까요?
그랬더니 웃음이 터지시며 놀라시는 대표님.
▶ 아니요. 제가 그동안 낸 문학바카라은 저작권이 없는 바카라 형태라 그 정도 가격에 내기도 했는데 이건 앤나우 작가님의 순수 창작물인걸요. 저는 편집 과정을 거쳐서 전자바카라 가격 선에서도 만 원 정도, 그 이상으로 가격을 바카라정해서 낼 예정이에요.
▷ 아앗, 그럼 생각보다 너무 비싼 금액인데? 제가 무슨 진짜 대단한 작가도 아니고. 사실 저는 500원으로 제 글을 누가 읽어주기만 해도 고마울 것 같은데 말이죠.
뒤이어 다정한 대표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작가님, 저는 작가님 글이 읽을수록 좋아요. 또 한 번 다시 읽어도 새로운 게 보이고 이걸 쓰시면서 고심하고 세상에 내놓는 시간들을 생각해 본다면 바카라이 좋아서 따로 소장용으로도 종이바카라으로도 만들어보려고 제가 인디자인도 해보고 있어요. 전자바카라과 종이바카라은 편집부터 다르게 디자인이 들어가야 하거든요. 부모님들과 어르신분들께선 또 이렇게 전자바카라으로 독서하시진 않잖아요. 다른 편집이 들어가는 과정이라 종이 바카라도 몇 권 일단 만들어보고 선물하시고 또 다른 형태의 출간도 살펴봐요. 제가 7월에 열심히 편집해서 만들어 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과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상하게 마음이 쿵쾅쿵쾅,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현실적인 이야기, 바카라값 돈 이야기를 나눈 건데 꿈과 믿음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나를 보시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주신 대표님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똑같이 이어진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일상과 피곤함 속에서도 나를 일으켜주고 계속 기쁘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단순하고 간단한 것이었다.
나 스스로도 작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작가도 뭐도 아니라고 생각한 나에게 늘 작가님이라고 불러주신 대표님께서 불러주신 호칭.
그리고 바카라 값, 가격 하나의 바카라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순수 창작물, 내 글이 좋다는 그 말 한마디가 나를 꿈꾸게 하고 나아가게 하는 힘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렇다.
요즘은 서점에 한 번 나가봐도 바카라 값이 정말 비싸다. 나도 바카라을 많이 사는 편인데 어떤 날은 비싼 바카라 몇 권을 고르고 나서 도서관이나 서점 독서 코너에서 바카라을 빌려 읽거나 그 자리에서 읽은 적도 몇 번 있다. 하지만 도서관 바카라이나 서점의 새 바카라을 읽는 경험은 분명 감사하고 좋지만 나는 여전히 밑줄치고 낙서하듯 메모하며 읽어나가는 습관이 있어서 바카라을 구입해서 읽는 걸 더 선호한다.
도판이나 도록이 들어있지 않아도 별로 두껍지 않아도 비싼 바카라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 바카라 자체의 값어치를 매겨주는 건 과연 무엇일까.
편집과 인쇄 과정에 들인 노고나 시간들이 물론 포함된 가격이지만 작가에게 돌아가는 게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결국은 출판사에서 편집자가 얼마나 작가를 믿어주는가 하는 마음에서 모든 바카라이 탄생한다는 걸 알았다.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바카라 안에 담긴 내용과 작가가 만들어간 이야기, 거칠어 보이는 날 것 같은 마음이지만 진실된 이야기, 다듬고 다듬어졌을 감정들,
… 나는 아직도, 여전히 자신은 없다.
달리기 하기 전에 손에 진땀이 나도 그냥 주먹을 꽉 쥐고 달리는 일만 남은 선수들 중 한 명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못 뛰고 꼴등을 해도 끝까지 달려 나가는 과정을 지켜봐 주고 날 응원해 주는 한 사람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끝까지 달릴 수 있다.
오백 원만 돼도 충분하다는 마음은 진심이다. 아니 아예 돈을 받지 않아도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감사한데 나를 믿어주는 더 큰 가치를 마주하는 마음에는 든든하고 커다란 울림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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