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일기

아이의 편지

by앤나우

탁~!!


아들이 학교와 집에서 한 달간 열심히 한 프로젝트를 꺼내 났다.


칭찬일기


부모님에게 날마다 칭찬을 하며

*어떤 상황인지?

*무슨 말을 했는지?(칭찬 내용)

*칭찬을 들은 부모님은 반응은 어땠는지?

*칭찬 활동에 대한 나의 생각에 대해


한 달간 기록한 후에 마지막에는 나에게 쓴 편지를 함께 넣어서 보여줬다. 인증 사진을 남겨야 하는 숙제가 있었기에 쑥스러워하면서 건넸는데 이런 걸 하는 줄도 몰랐다가 받아보니 더 감동이고 웃음이 났다가 마지막 장, 한 바닥을 가득 채운 편지에 눈물도 나왔다.



6월 한 달 내내 거의 출장 중인 남편에겐 칭찬일기를 적용하지 못했기에 오롯이 나만을 위한 칭찬 일기가 돼버린 탓에 신랑에게 조금 미안하기도 했고 그때그때 상황이 떠올라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 엄마와 함께 산바카라하고 동생을 놀이터에서 같이 보는 상황에서
▷ 엄마 너무 힘드시겠어요. 날마다 동생을 보시는 게 힘들 텐데 매일 놀아주시고 우리랑 바깥 산바카라도 함께 나와 주셔서 감사해요!
(라는 칭찬을 건넸음에도) 나의 반응은 이렇다.
▶ 너, 머리가 점점 더 길어서 눈을 다 찌르네. 머리 좀 얼른 잘라야겠다!
그럼 마지막 〔나의 생각〕엔 아이가 이렇게 썼다.

▷ 매번 마주칠 때마다 칭찬을 건네드려도 엄마는 내 머리카락이 길다는 이야기만 하신다.
엄마는 늘 보이는 상황에만 솔직하다.




푸하하하, 이건 뭐. … 너무 솔직하기도 한 상황이 민망하기도 하고, 아이가 분명 그런 말을 건넨 것도 같은데 하루하루 눈앞에 보이는 상황을 먼저 말했던 (앞머리가 심각하게 길었다) 내 모습도 떠올라서 희비가 교차했다. 뭐, 같은 순간이 와도 똑같은 말을 하겠지만. ㅎㅎ


사춘기가 되면서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부모님께 크고 작은 미션 같은 이벤트를 종종 숙제로 내주시는데 이번엔 감동이 또 유난히 크다. 한 달 내내 몰래 숨겨오면서 기록을 이어갔을 아이도 기특하고, 마지막 편지를 보니 훌쩍 많이 커버린 것 같아 기특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 안녕, 나 엄마 첫째 아들이야.
내가 사실 엄마를 엄청 사랑하는데 말이랑 행동은 항상 반대여서 미안해.
물론 사춘기라고 해서 잘못을 회피하고 무조건 다 용납되는 건 아니지만 엄마의 사랑둥이로 남도록 내가 더 노력할게. 그리고 항상 내가 엄마가 모든 말을 앵무새처럼 계속 반복하게 하기 전에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될게.

어렸을 때 내가 좋아한 '길 앞잡이 벌레'처럼 앞으로, 앞으로 나를 이끌고 나아가는 사람이 될게. 그래서 엄마가 마음속 길을 잃어버렸을 때마다 엄마가 예전의 나를 이끌어주고 안아주었던 것처럼 내가 엄마를 지켜주고 이끌어주기도 하고 손 잡아 줄게.
그리고 나도 내가 길을 잃어버리게 되거나 헤매게 되면 엄마가 항상 날 지켜주고 사랑해 준다는 걸 믿을게.

엄마 사랑해.




문학적인 표현까지, 감동의 울림까지, 너는 어느새 이렇게나 커버렸구나.

어린 시절부터 나는 칭찬에 고픈 아이로 늘 누군가에게 듣는 칭찬 한 마디에 온 마음을 다 걸 것만 같았는데.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듣는 칭찬 한 마디보다 더 소중한 게 있을까?


남도 그 누구도 아닌, 나는 부모님께 가장 칭찬이 고팠던 것 같다.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을 해야, 뛰어넘어야 칭찬이란 상과 다정한 말이 찾아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뭔가를 잘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해도 언제나 부모님은 내 편이고 나를 사랑한다는 말, 그 다정함 속에 내가 기대고 싶었다는 걸 나도 엄마가 돼서야 깨달았다. 나도 어른이 되어 나이를 먹다 보니 이제는 아이의 다정하게 건넨 말에도 가끔은 무신경해질 만큼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게 됐다. 그렇지만 너의 글이, 꾸준히 이어온 기록들이 나를 다시금 깨워준다.

엄마에게 똑같은 말을 들어서 기쁘다는 이야기, 어떤 대가가 돌아오지 않아도 예쁘게 건넨 말 한마디가 자기의 하루를 채워줬다는 노트가 오랫동안 내 마음에도 남을 것 같다.





글씨와 얼굴이 나오지 않길 바라는 아들의 요청으로 | 체육관에서 관장님과 팔씨름 한 판 (많이 컸다!!)

*하지만 네 편지 내용은 엄마가 꼭! 자랑하고 싶었어, 미안해.








고맙고 고마운 우리 첫째 **야,

엄마에게 건네준 모든 말이 나를 몇 번이고 일으켜 세우고 네가 사랑해 주는 모든 마음이 엄마를 가장 크게 웃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엄마는 그 어떤 칭찬보다 사실 사랑해라는 그 말이 는 말이 참 좋아. 이 말은 몇 번이나 들어도 질리지가 않고 왜 이리 든든하고 좋은지 몰라. 따뜻한 마음, 고마운 마음을 지금처럼 자주 나누고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우리 가족이 되자, 엄마랑 아빠도 계속계속 많이 노력할게.


우리는 흔히 뭔가를 잘해야 그 사람이 더 예뻐서 칭찬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네가 나에게 해준 하루하루의 칭찬은 엄마의 존재 자체에 대한 고마움, 그저 옆에 있다는 존재 '자체'의 인정이었어. 그렇기에 더 벅차고 뿌듯하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부족한 엄마지만, 나도 우리 가족들의 한 사람 한 사람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주고 아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숙제를 열심히 해줘서 기특하기도 하지만 엄마가 너에게 아주 큰 선물을 받아서 마음이 뭉클하다.


나도 고맙고 사랑해.


**사춘기 아이들에게 늘 웃을 수 있게 수업해 주시는 6학년 1반 에일리언반 담임선생님, 장**선생님, 감사합니다.


***큰 아이가 그린 ‘여름 풍경’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