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영유행 급행열차 티켓값은 아이의 마음입니다.

착각: 사교육의 문턱에서 숫자에 속는 부모들

by테라

최근 강남의 교육 현장에서는 참으로 기이한 입학 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명하다는 영어 유치원 이른바 영유에 들어가기 위해 자체적인 영어 레벨 테스트뿐만 아니라 외부 심리검사 센터에서 받은 지능검사 결과지를 요구하거나 은근히 지참을 권유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살피기 위해 만들어진 섬세한 임상 도구가 어느새 영유행 급행열차에 오르기 위한 프리미엄

티켓으로 둔갑해 버린 것입니다.


부모님이 결과지를 들고 어학원 상담실의 문을 열면 아주 은밀하고 견고한 마케팅이 시작됩니다.

특히 아이의 언어이해 지표가 상위권으로 나오면 상담실의 공기는 한층 더 고조됩니다.

학원 측은 아이의 언어 감각이 상위 1% 영재 수준인데 이 아까운 재능을 키워주지 않을거냐고 묻습니다.

이 정도 지능이면 당장 영유에 입학해 이중언어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부모의 불안과 기대 심리를 교모하게 파고듭니다.


심리검사 센터에서 어학원으로 이어지는 이 보이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부모님의 이성은 너무나 쉽게 마비됩니다. 언어 지능이 높으니 영어도 스펀지처럼 흡수할 것이라는 달콤한 속삭임에 부모님들은 완전히 무장해제되고 맙니다. 내 아이가 남들보다 특별한 출발선에 섰다는 벅찬 우월감에 취해 부모님들은 아이가 앞으로 겪게 될 엄청난 스트레스와 정서적 부담감은 까맣게 잊은 채 급행열차 티켓을 결제하고 맙니다.

그렇게 탑승한 좁은 세상 안에서 아이들은 고유한 이름이나 발달 단계 대신 영유 1년차 영유 2년차라는 기이한 꼬리표로 불리기 시작합니다. 고작 4살 7살 난 어린아이들이 학원에 다닌 기간에 따라 서열이 나뉘고 그 연차가 곧 아이의 보이지 않는 계급이 되어버리는 씁쓸한 풍경입니다. 2년차 반에 들어가기 위해 유치원 입학 전부터 또 다른 영어 과외를 받거나 1년차 반에 배정된 것을 마치 뒤처진 것처럼 부끄러워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은 이 시스템이 얼마나 어른들의 불안과 허영심으로 견고하게 짜여 있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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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를 뜻하는 그리스어와 대지를 뜻하는 라틴어, 테라로 돌아갑니다. 생명력과 든든한 자연의 힘 안에서 마음의 씨앗을 가꾸고 내면의 회복을 돕는 교육과 심리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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