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 사교육의 문턱에서 숫자에 속는 부모들.
원장실 문을 두드리는 어머니들의 손에는 종종 빳빳한 서류 봉투가 들려 있습니다.
유명하다는 심리 검사 센터나 대학 병원을 몇 달씩 대기해 받아온 유아용/ 아동용 웩슬러 지능검사 결과지 입니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조심스레 서류를 꺼내 놓는 어머니들의 표정에는 불안과 기대가 오묘하게 섞여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상위 몇 %인지 유명 어학원이나 사고력 수학 학원의 최상위 레벨반에 들어갈 수 있는 수치인지 묻는 목소리에는 묘한 떨림이 있습니다. 사교육의 최전선인 강남에서 교육 기관을 운영하며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는 입장에서 그 간절한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내 아이만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부모의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빼곡한 숫자와 그래프가 그려진 결과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이 검사를 통해 아이의 어떤 마음을 알고 싶으셨나요?
웩슬러 지능검사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권위 있는 심리 평가 도구입니다.
본래 지능이라는 것을 단순히 아이큐 숫자 하나로 뭉뚱그려 평가하지 않고 아이가 가진 여러 가지 인지적 능력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 아이가 영재인지 아닌지 판가름하는 잣대가 아니라 정기 검진을 통해 신체 발달을 확인하듯
아이의 인지적 성장이 어느 방향으로 뻗어나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마음의 엑스레이와 같습니다.
특히 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는 똑똑함의 크기를 측정하여 줄을 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뇌가 시각과 청각 중 어떤 자극에 더 편안하게 반응하는지 낯선 문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고유한 강점과 취약점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건강한 양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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