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기관장인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

프롤로그

by테라

이 글을 꺼내놓기까지 참 오랜 시간 망설였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그것도 한국에서 사교육의 메카라 불리는 강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육 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사교육 기관의 원장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날 선 목소리로 반문할 것입니다.

사교육의 한가운데 있으면서 사교육 시스템의 이면을 지적하는 것이 모순이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하지만 교육 현장의 바카라임자인 동시에 임상 심리를 다루고 부부와 청소년,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상담 심리사로서 더 이상은 입을 다물고 있을 수만은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웠습니다.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수많은 부모님과 아이들을 만나며,

저는 사교육의 최전선에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의 마음이 어떻게 소리 없이 멍들어가는지 너무도 뼈아프게 목격해 왔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웩슬러 지능검사 같은 섬세한 심리 평가 도구들이 아이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는 나침반이

아니라, 입학을 위한 자격시험으로 변질되었습니다.

단 한 발짝이라도 앞서가야 한다는 치열한 경쟁 심리 속에서 부모님들의 불안은 끝없이 부풀려지고,

아이들은 부모의 조급함이 만들어낸 통제하기 쉬운 시스템 속으로 버겁게 편입되고 있습니다.


모국어로 자신의 다채로운 우주를 마음껏 펼쳐야 할 결정적인 시기에, 아이들은 기계적인 선행 학습의 트랙 위로 밀어 넣어집니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감정과 질문이 자라나는데, 정작 아이들의 정서는 성적과 레벨이라는 좁은 새장 속에서 길을 잃습니다. 인지와 정서의 아슬아슬한 불균형을 제때 보듬어주지 않으면, 아이의 마음에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깊은 균열이 생기고 맙니다.


이 글은 사교육 자체를 무작정 비판하거나 부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사교육은 분명 아이의 성장을 돕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진짜 꼬집고 싶은 것은 아이의 발달 단계와 고유한 기질을 무시한 채 남들을 따라 맹목적으로 끌려가는 기형적인 속도전입니다.


자신의 결핍이나 불안을 아이의 빽빽한 스케줄로 덮으려는 것은 아닌지,

부부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갈등과 거리를 아이의 성적에 대한 집착으로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불안 마케팅에 끌려가는 사교육이 아니라, 내 아이의 진짜 마음을 읽고 중심을 세워 이끌어가는 부모가 될 수 있도록 현장의 서늘한 현실과 단단한 심리 처방전을 앞으로의 글에 꾹꾹 담아보고자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옆집 아이의 진도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고 흔들리는 부모님들께, 이 글이 작은 위로와 든든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불안한 급행열차에서 잠시 내려,

내 아이의 경이로운 우주를 온전히 마주하는 그 단단한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매주 화,목 소식드릴 이 연재북은 멤버쉽으로 운영하고자 합니다.


경제적 실리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닌,

이 연재를 시작하면서 계획하고 있는 개인적인 이유와 앞으로 발행 후 계속되는 수정을 거칠 글이기에

하루는 열어두는 방식으로 연재하고자 해요.


아이들의 성장에 대해 함께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제한된 시간으로 찾아뵙게 된 점 너른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조금은 날카롭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