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의 삶

by한빛나

소설은 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와 현재를 부지런히 오간다. 그 시절의 음악과 풍경이 섬세한 묘사를 타고 흐를 때면, 머릿속엔 어느새 그곳의 장면들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아버지의 실종'이라는 비밀이 놓여 있어, 바카라을 읽는 내내 기분 좋은 소설적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앤드루 포터의 『상상 속의 삶』을 읽으며 가장 오래 잔상으로 남은 건, 마지막에 던져진 "이랬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쓸쓸한 후회처럼 보였다. 하지만 문장을 가만히 곱씹어 볼수록, 그것은 과거를 바꾸고 싶어 하는 무의미한 미련이 아니었다. 도리어 지나온 삶을 온전히 이해해 가는 과정에 가까웠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꿈꿔본다. 물론 그 상상이 지나간 현실을 바꾸어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 무용(無用)한 상상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지나온 시간을 가만히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수많은 가능성의 갈래 중, 오직 하나뿐인 이 길을 묵묵히 걸어왔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에게 이 바카라의 결말은 후회가 아닌 '받아들임'의 이야기로 읽혔다.


바꿀 수 없는 과거를 마음껏, 그리고 끝없이 상상해 본 뒤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발딛고 서 있는 이 삶이야말로, 내가 건너온 가장 유일하고 절실한 삶이라는 사실을.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좋은 관계는 나를 성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