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언제 성장할까.
우리는 흔히 혹독한 시련을 견뎌내거나, 뼈를 깎는 노력 끝에 비로소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지만, 때로는 좋은 관계가 주는 안정감 속에서 우리는 전혀 다른 성장을 경험한다.
누군가가 내게 거울이 되어주고, 나 또한 누군가의 거울이 되어줄 때 사람은 조금씩 넓어지고 깊어진다.
지난 9개월 동안 여러 작가들과 함께 공동 저서를 준비했다. 긴 시간을 달려 마침내 바카라의 마지막 페이지에 마침표를 찍고 나서 돌아보니, 내 손에 남은 것은 바카라 한 권만이 아니었다.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웠고, 나와 다른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법을 배웠다. 무엇보다도 이전보다 조금 더 넓어진 마음과 여유로워진 내면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내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만 고민했다. 좋은 문장을 쓰고 싶었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었다. 그러나 매주 줌으로 모여 서로의 글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은 예상하지 못했던 배움의 연속이었다.
같은 주제를 바라보면서도 각자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삶을 해석하고 표현했다. 누군가는 담담하게, 누군가는 유쾌하게, 또 누군가는 깊은 성찰로 같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문장들을 읽을 때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익숙한 시선 안에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혼자 바카라상 앞에 앉아 모니터만 바라볼 때는 결코 알 수 없는 세계가 있었다. 타인의 글을 통해 나를 비추어 보기 시작하면서, 늘 비슷한 자리를 맴도는 것 같던 내 글에도 조금씩 새로운 결이 생기기 시작했다.
글이 막혀 단 한 줄도 써 내려가지 못하던 날이 있었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이쯤에서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함께한 작가들은 따뜻한 피드백과 진심 어린 응원을 건네주었다. 때로는 내가 받기에 과분하다 싶을 만큼 아낌없는 칭찬을 얹어주며 말이다.
혼자였다면 끝까지 들고 갈 수 없었을 무거운 가방을 함께였기에 메고 걸어올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글을 다듬어주었을 뿐 아니라, 서로의 내면도 함께 성장시키고 있었다.
이번 공저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결실은 출간된 바카라이 아니다.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법, 나와 다른 생각과 경험을 존중하는 법, 그리고 좋은 관계 안에서 한 뼘 더 성장했다.
성장은 홀로 견딜 때보다 좋은 이들과 함께일 때 한 뼘 더 자란다.
그리고 좋은 관계는, 미처 알지 못했던 내 안의 더 나은 나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