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새, 돌아갈 자리
제주에서 만난 동생에게 벨집의 머그잔을 선물 받았다. 잔에 그려진 제비가 마음에 들어 그날 동생과 함께 공방을 찾아갔다.
안덕면 화순에 있는 벨집은 ‘별난 집’이라는 뜻이다. 이 작은 공방에는 제주 자연에서 얻은 영감과 작가들의 취향을 담아낸 기물들이 놓여 있었다. 선물 받은 잔에서 시작해 집에서 쓸 것과 누군가에게 줄 것을 하나씩 고르게 됐다.
원래도 도자기와 공예품을 좋아했지만, 요즘 들어 사람의 손으로 만든 물건이 더욱 귀하게 다가왔다. 흙으로 무언가를 빚는 일에는 시간의 정성이 필요하다. 벨집의 기물들을 앞에 두고는 그릇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까지 신중히 살펴보게 됐다.
그날 마음에 둔 다기는 마침 가마에서 굽는 중이었다. 다음 날이면 나온다는 말을 듣고, 공방을 궁금해하던 딸과 함께 다시 갔다. 갓 나온 기물들을 하나씩 살피며 집에서 차를 마실 때 어떤 것을 먼저 꺼내게 될지 생각했다. 직접 고른 다기를 가져와 쓰니 더 애착이 갔다. 마음에 드는 잔이 생기면 그 잔을 쓰고 싶어서라도 차를 한 번 더 우리게 됐다.
처음 선물 받은 머그잔도 그랬다. 커피를 마시다 잔을 조금 돌리면 제비의 우아한 날갯짓이 눈에 들어왔다. 제비는 긴 비행 끝에 제 둥지로 돌아온다. 돌아온 제비를 보면 봄이 왔음을 알고, 박씨를 물어다 주는 행운도 기대한다. 그 이야기 가운데 의미를 더했던 건 제비가 돌아오는 새라는 사실이었다.
딸의 곁에 있으려고 제주에 집을 꾸렸고, 남편은 서울에서 생활했다. 우리 가족에게 집은 한동안 두 곳이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항상 집 한 켠에는 캐리어가 펼쳐져있었다. 딸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을 서울로 돌려보내는 날에는 제주집이 전보다 더 허전하게 느껴졌다. 잔에 그려진 제비를 보며 둥지라는 단어를 함께 연상되는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고요미학을 준비하면서도 그 머그잔을 떠올렸다. 볼 때마다 기분 좋은 잔 하나가 차 마시는 시간을 더 아끼게 해 주었다. 서울의 찻자리에 놓을 기물을 고를 때에도 보기 좋은 모습뿐 아니라 손이 자주 가고 오래 쓰고 싶은지를 생각하게 됐다.
시간과 정성, 흙과 손의 온기, 제비가 내려앉은 찻자리가 생각만 해도 설렌다. 고요미학에도 하루를 보내고 온 이가 나만을 위해 내어진 찻잔 앞에 편안히 앉아 있을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
나 자신을 환대해 주며, 기분 좋은 봄날 같은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