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난 환승역
친구와 약속 장소를 정하고 지도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한 번에 갈 수 있나?
웬만하면 최대한 환승하지 않고 한방에 가고 싶은데.
그러나 버스를 타고 지하철도 두 번 갈아타야 했습니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늘 쉽다면 좋을 텐데.
살아보니 복잡한 길을 만날 때가 더 많았습니다.
뒤를 돌아, 지나온 길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떤 선택을 했고 어디서 멈춰있었는지, 어느 방향으로 환승을 하여 지금에 도달했는지 그 지도를 그려봐요. 이제는 어디로 가고 싶은지도 생각해 봅니다.
살짝 허황되게 이성적이지 못한 선택을 하며 꿈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꿈이 잡히지 않아서 상처받았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그 시간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을 겁니다.
지인들이 풍족한 삶으로 가지 않는 저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왜 성공의 길로 가지 않아? 왜 아직도 그러고 있어?
그럼 전 되묻습니다.
성공이 도대체 뭐야?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성공은 부를 축적하거나, 사람들이 동경하는 직업을 갖거나, 이름을 알리는 것이겠죠. 나는 부를 축적하지 못했고, 별 볼 일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몇 안 되는 지인들만 내 이름을 기억해 줘요. 그래서 나는 실패한 인생일까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자본주의 슬롯에서 살아남는 것.
살아남아 그 세계의 정상에 서는 일만이 성공일까요?
저는 어떻게든 살아남았습니다. 이 생태계에서 물어뜯기지 않고, 잘 버티고 있습니다.
...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커트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넘으며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마주하고 말았습니다.
어제는 아이와 한 번에 갈 수 있는 버스를 타놓고 순간 헷갈려서 두 정거장을 일찍 내려버렸습니다.
저는 앗! 하는 순간 엉뚱한 곳에 서 있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지나치고 돌아가고 또 지나쳐 환승하고. 얼마나 어리석은지..
고백하자면 저는 길치입니다. 남들보다 더 헤맵니다.
그래도 결국은 갈 곳을 찾아가니, 괜찮습니다.
환승역 벤치에 앉아 주변을 살펴보며 어디로 가야 할까 고민한 시간이 꽤 길었습니다. 목적지를 찾고 싶었거든요.
방황하는 20대도 아니고 방황하는 40대라니..
한동안 쓸데없는 건 하지 말고 돈이나 벌자며 생각의 가지를 쳐나갔어요. 그러면서 자신이 얼마나 메말라 갔는지, 마음을 바라보면서 저는 깨달았어요.
아! 생태계에 맞춰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움츠러들었구나.
다른 사람이 가는 길을 뒤늦게 꽁무니 쫓으려니 얼마나 힘에 부쳤는지..
창의적인 활동을 할 때 제 심장이 뛰고 있었습니다. 어떤 결과치를 내보이지 못하더라도 꿈꾸는 제가 참 좋았어요. 내 꿈은 자유로움이었고, 표현하는 것이었으며 불가능해 보여도 도전하는 용기를 갖는 것이었습니다.
괜찮아. 환승하면 돼.
아이와 저는 환승을 찍고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에 좀 늦긴 했지만, 결국은 도착했습니다.
환승지점을 놓치고 지나친 적이 수두룩합니다. 그러나 돌아가거나 다른 곳으로 환승할 수 있으니 이제는 여유를 가져보려 합니다. 길은 연결되니까요.
저는 노선을 살펴보았습니다.
어디로 가고 싶어? 어디로 가야 해?
마음이 이끄는 곳. 그곳으로 가기로 합니다.
서로 다른 26인의 작가들이 환승이라는 이름으로 삶의 여정을 그렸습니다. 우리가 살아왔던, 살아갈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다운 삶을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의 길에 환승지점은 어디였습니까?
이제는 어디로 가실 건가요?
어디로 가든 저는 당신의 환승을 환영하겠습니다.
우리가 만난 환승역.
곧 만나러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