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나는 어디에 서있는가

by고요한동산

"9시에 모이겠습니다"

팀 채팅방에 회의 공지가 떴다. AI검수를 위한 PDF 파일을 업로드하라는 조달청의 공지로 인해 회사는 비상이었다. 웹페이지에 이미지 파일로 올라오면 텍스트 추출이 힘들기 때문이었다. 늘 하던 방식을 탈피하고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할 시점이었다.


"AI 활용해서 업무자동화를 하세요. 이제 불필요한 작업은 제거하고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세요. 이제 AI활용 못하면 퇴사해야지요."

대표의 경고에 직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익숙해진 일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귀찮았다.


클로드 비즈니스 계정이 주어졌고, 코워크와 업무자동화를 시작했다. AI와 나는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놀라운 결과물들이 PC에 쌓였다. 처음 보는 코드가 생성됐다. 실행 버튼을 누르자 프로그램이 스스로 일을 처리했다. 1시간 넘게 하던 일은 마우스를 한번 클릭하자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믿기지 않았다.


업무가 편리해지면서 우리는 귓속말을 했다.

"이 자동화가 마무리되면, 이제 우리는 없어도 되겠어요."

이제 우리는 새로운 일을 찾아 스스로의 필요성을 어필해야만 했다. 자리가 갑자기 부담으로 느껴졌다.




중학교 1학년이 된 아이가 처음으로 가져온 과제는 세계 환경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PPT자료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AI 모르면 바보래. AI로 PPT랑 동영상을 만들고 아이들 나눠줄 퀴즈문제도 출력해서 가져가야 해."

아이 태블릿에 AI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정바카라상 만 13세 미만은 가입이 불가했다. 부모계정으로 가입하여 해당 계정으로 아이가 사용해야만 했다.

아이에게 학교에서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웠는지 물었다. 아이는 배우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앉혀놓고 AI 활용법을 교육했다. 수행평가는 엄마의 숙제인 건지, 막상 닥쳐보니 혼란스럽기만 했다. 아이가 스스로 잘 해낸다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 싶어 반복해 당부했다.

"AI가 결과물을 주려면 네가 질문을 해야 해. 과제가 주어졌을 때 잘 이해하고 너의 질문지를 생성해내야 해."

아이는 이해했을까.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통해 배워나갈 수 있길 바랐다.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는 기술에 얼마만큼 따라가고 있을까. 사실 Ctrl+C와 Ctrl+V를 반복하는 단순 작업에 은근한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반복되는 손가락 움직임이 마음을 고요하게 해 줄 때가 있는데, 이제는 그 일을 내주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내가 만들어 낸(사실은 AI가 만든) 실행 앱에 놀랐고, 그 과정은 꽤 신났다. 새로운 기술은 비용이 들지만, 결국 더 큰 비용을 줄여준다는 걸 알게 됐다.

"점점 편차는 커지겠구나."

뿌듯함의 반대편에 이 생각이 자리 잡았다.


개발자인 내 동생은 이미 오래전부터 클로드 코드를 통해 10명 이상의 업무량을 수행한다. 회사에서는 몇 명의 사람을 자를지 고민한다고 했다.

월급이 동결되지 않기 위해 멈춰서는 안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피곤하면서 새로움이 재밌고, 재밌으면서 두렵다.

나는 사라지는 일과 새로 생기는 일의 경계 어딘가에 서 있다. 두려웠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방법은 단순했다. 그저 질문을 던지는 것. AI는 그 질문에 응답하는 협조자였다.

결국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방향과 질문일지도 모른다. 받아들이고 나니 길이 오히려 넓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떤 질문을 하며 살아가게 될까.

아마 내가 생각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질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을 이해하는 일이, 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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