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대장간 용광로 속
붉게 숨 쉬는 쇠 한 자루의 계절
수없이 맞고
휘어지고
불꽃을 튀기며
마침내
제 이름을 가진 칼이 된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
목끝까지 차오르는 숨,
마셔도 마셔도 가시지 않는 갈증,
끝이 보이지 않는 길
망치가 쇠를 두드리듯
보이지 않는 시간이
오늘도 그대를 벼리고 있다
가을이 오면
용광로의 불길은 잦아들고
시원한 바람 한 줄이
등줄기의 소금을 말려 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대도 닫힌 문 하나 앞에 서서
문틈으로 스미는
한여름 햇살 한 조각을
오래 바라보게 되리
그토록 피하고 싶던 더위가
가장 눈부신 계절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리
그러니
지금 불볕 아래 서 있는 이여
너무 서둘러
가을만 바라보지 말기를
용광로를 지나지 않은 쇠가
칼이 될 수 없듯,
우리의 생도
가장 뜨거운 날들을 지나
비로소
제 빛을 갖는다
훗날
가장 그리운 것은
풍성한 가을이 아니라
온몸으로 그 햇살을 받아내며
웃고,
사랑하고,
꿈꾸었던,
그 여름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