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냄새가 난 첫날

무더위는 물러가고 시원헤서 좋은데 왠지...

by신안골 임작가

올여름

물 한 방울마저 태워버린 태양은
누구에게나 뜨거웠다


등이 갈라진 논도
노랗게 질린 나뭇잎도
서로 모르는 사람들도
한낮의 열기 아래
저마다의 신음을 삼키고 있었다


"아이구 덥지예.
참말로 내 평생에 처음인기라요.

비가 좀 와야 할 긴데요. 큰 일이라예"


우리는 만날 때마다
같은 안부를 물었고
곧 지나갈 거라며
서로를 위로했다


오늘 아침
처음 만난 듯한 바람에서
낯선 가을 냄새가 났다


"아이고 살 것 같다

인자 여름도 끝물인갑다"

사람들은 더는
더위를 묻지 않는다

각자의 문을 열고
각자의 근심으로 돌아갔다


바람은 시원한데

가을 냄새가 난 첫날

뭔가 잃어버린 듯

그 뜨겁던 신작로를 서성이고 있다


불현듯,

오래전 대문도 없이 살던,

힘들다고 말하면 모두가 알아듣던,

그때가 왜 생각나는지도 모르겠다 (2026.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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