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꽃대
나는 꽃이었던가
씨앗이었던가
꽃이 지고 난 자리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봄에는 꽃잎을 밀어 올리느라
가을에는 씨앗을 여물리느라
시절 따라
내 몸을 조금씩 내어주었다
이제는
가벼운 바람에도
온몸이 흔들리는 줄기
꽃잎은 햇살 속으로 흩어졌고
모두 떠난 줄 알았던 씨앗 하나가
마디 끝에 아직 매달려 있다
나는 꽃이었을까
나는 씨앗이었을까
아니면
저들이 다녀간 길 하나였을까
꽃도 아니고
씨앗도 아닌
다 비워 낸 줄기 하나
오늘도
다음 계절이
지나갈 자리를 비워 두고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