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님께.

저는 항상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넨넨..

by붕어만세

AI 님을 업무에 사용하게 되면 일이 확 줄어들면서 후로그래머나 디자이너들이 왕창왕창 짤려 나갈 거라고들 했습니다. 이름난 닝겐 전문가들도 그렇게 예측하고 테래비에서도 그런 얘기들을 했어요. 확 쫄린 회사님은 여기서 늦으면 우린 망한다며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1달 정도 AI님과 함께 일하는 법을 공부하자는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실제로 일을 같이 해보니 AI님은 의외로 성깔이 좀 있고, 농담도 꽤 치시며, 가끔은 농땡이를 부리기도 하셔서, 웬만하면 좋게 좋게 잘 지내려고 하는 중입니다.


AI님의 첫인상은 뭐랄까..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는데 진짜 말을 징그럽게 안 듣는 신입사원 같았습니다. 똑똑하고 집안 좋고 인물도 훤칠하고, 무엇보다 지가 잘난 걸 아는 부장급 신입사원 있잖아요.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AI님이 나를 그렇게 보고 계시겠구나.. 싶습니다.


“니가 닝겐인 것 말고 나보다 잘하는 게 뭐가 있냐. 내가 진짜 팔다리가 읎어서 참는 거지, 승질대로 했으면 너는 핵꿀밤 와다다야..”


닝겐들의 예상 대부분이 그렇듯, AI님과 함께 일하면 후로그래머나 디자이너들 다 짤릴 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특히 일은 AI 님들이 다 하고 닝겐은 결과물이 잘 뽑혔나 체크만 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젤 빗나갔어요. 요즘 후로그래머들은 AI님이 짜주신 코드를 보고 공부를 합니다. 자기보다 AI님이 훨씬 코드를 잘 짠데요. 그래서 후로그래머들 사이에서는 디자인 공부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 후로그래머가 선화와 면화가 어떻게 다른 거냐고 묻길래, 그런 건 챗님보다 에미나이님이 더 잘 갈켜 준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줬습니다.


디자이너인 저도 직접 그림 안 그린 지 좀 됐습니다. 스케치만 해서 AI님께 공손히 전해 드리면, AI 님이 3개 정도 색칠해서 보여 주십니다. 뭐 하나 허투루 칠하는 것 없이 다 이태리 장인의 느낌으로 색칠해 주시지요. 그럼 저는 가운데 놈으로 해 주세요.. 하고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디자인 업무가 정말 말도 안 되게 줄어들었습니다. 대신 다른 일이 확 늘어났어요. AI님 도입 3주만에 아예 1인 1팀으로 돌려 보자는 말이 나옵니다. 닝겐 한 명에 디자인을 뽑아 주시는 에미나이님을 붙이고, 코드 짜 주시는 클로드님을 붙여서, 유니티 AI님과 섞어 쓰자는 플랜입니다. 근데..이거.. 생각보다 잘 될 것 같아요.


일을 너무 못할 때 우리는 “발로 하냐?” 고 말하곤 합니다. 그래서 축구를 못해도 너는 축구를 발로 하냐고 따지잖아요. (응?) 일은 못하는데 말만 많으면 너는 일을 입으로 하냐고 갈굽니다. 그런데 실제로 입으로 코드를 짜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공식 이름도 바이브 코딩, 우리 말로 입 코딩입니다.


“스테이지에 있는 모든 유닛을 찾아서, ”공격“ 버튼을 눌렀을 때 공격 애니메니션을 실행해 줘. 쿨타임 기준으로 성공 판정을 내리고, 모든 유닛의 공격이 성공하면 보너스를 지급해 줘.”


AI님이 무려 65초에 걸쳐 코드를 짜 주시고, 친절하게 한마디 덧 붙여 주셨습니다. 너 오타 냈길래 내가 알아서 고쳐 놨다며.. 나이 쉰 살이면 한참 철자 막 틀리고 그럴 때라며..



이미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그냥 받아 들이기로 했어요.

나는 AI님의 지배에 저항하지 않을테야.

T_T



p.s 오타 아니에요. 저는 dinal 을 final 이라는 의미로 쓰기로 혼자 정했다구요. 잘 알지도 못하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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