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어쿠스틱 비파를 사랑하는 싱어송라이터. 달달한 발라드부터 구성진 트로트까지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가창력과 시처럼 아름다운 노랫말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사천왕입니다. 외모를 가꾸는 성향이 요즘 트렌드와 딱 맞는 데다, 지국천 자신도 풍류를 좋아하는 건달파 계통이라 사천왕 중 가장 많은 팔로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
날이 좋으면 봉은사 사거리에서 버스킹을 합니다. 그런 날에는 SNS에 직관 후기들이 올라오곤 하는데, 비파 선율에 발이 혹해서 발걸음을 멈췄다가 잔잔한 노랫말에 자리 깔고 앉았다는 사연들이 많습니다. 지난 일들에 대한 후회와 미련으로 먹먹해하다가도 지국천의 노래를 한 소절씩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샌가 훌훌 털어내고 조용히 웃게 된다고 하네요.
원래는 반려 용을 기르고 있었는데, 요즘 소나기가 너무 잦아서 불편하다, 아무 때나 번개가 치니까 업무에 방해가 된다, 지금처럼 치수가 잘 되는 시대에는 용도 좀 쉬게 해 줘야 하지 않냐.. 등등 각종 민원이 접수돼서, 이제는 반려 고양이인 '오묘'와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워낙 서글서글하고 잔정이 많아서 그런지 유난히 동물들이 잘 따릅니다.
좋아하는 일
무지개다리를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세상에 나왔으나 쉴 곳 없는 반려 동물들과, 마음의 길을 잃은 사람들을 맺어 줍니다. 닝겐과 반려 동물들이 서로 보듬고 아끼는 방법을 알려주고 마침내 헤어질 시간이 되었을 때 마음의 추스름을 돕는 일도 겸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사람을 무는 댕댕이나, 아무 때나 하악질을 하는 고양이에 대한 민원은 받지 않습니다.
워낙 칼과 불을 다루는 솜씨가 빼어난 데다 남다른 미각을 가지고 있는 주방의 제왕. 재료의 특징을 살린 조리법을 찾고 이를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료리도 잘하지만, 주로 버섯이나 제철 나물, 약초 등을 가볍게 양념해 조리해 내는데, 어찌나 풍미가 좋고 감칠맛이 빼어난 지 밥 한 그릇 뚝딱이 잠깐입니다.
좋아하는 일
마음에 그늘이 보이는 닝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증장천은 종종 점심상을 봐주곤 합니다. 식사가 끝나면 향긋한 붉은 차를 한 잔 우려내 주고, 한 많은 닝겐의 억울하고 서러운 사연을 들어줍니다. 물론 증장천도 뽀죡한 해법이 없는 건 마찬가지라 그저 묵묵히 고개만 끄덕여 줄 뿐입니다만, 한동안 울며불며 하소연을 하던 이들은 든든한 한 끼와 따뜻한 차 한잔에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고 일어섭니다.
다문천은 사천왕의 본래 직무인 B1의 경호와 보안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보안이라는 게 딱히 주야 구분이나 휴일 개념이 아예 없는 직종인 데다, B1께서 오픈 경호를 선호하시는 관계로 다문천은 늘 야근과 폭풍 잔업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석천은 심심하면 내려와서 갈구시고, 건달파는 걸핏하면 들이받고 있지요. 마음같아서는 다 때려치고 어디 조용한 산골짜기 산신령이나 하고 싶은데, 이 바닥은 왠만하면 임기가 만년 단위라 말도 못 꺼내보고 있습니다. 아무튼, 누구도 큰 관심을 갖지 않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세상이 돌아가는 일. 다문천은 그런 일을 합니다.
좋아하는 것
남는 시간에는 무료 법률 자문이나 온라인 중생 계도를 합니다. 특히 거짓말, 아첨하는 말, 거칠고 부정한 말, 남을 헐뜯고 이간질하는 말 등, 엇나간 말과 글로 인한 잘못을 바로잡고 깨우쳐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요즘 사람들은 옛날처럼 직접 창칼을 들고 싸우지는 않습니다만, 말에도 사람이 베이는 건 마찬가지라 다문천의 일은 딱히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닝겐들은.. 뭐랄까.. 이상한 데서 심지가 굳거든요.
사천왕 캐릭터 공모전이 있더라구요. 상금 많이 받으면 밀가루도 유기농으로 바꾸고, 카누도 한 번에 두 봉다리씩 타 먹고, 햄버거도 치즈 두 장씩 넣은 걸로 먹겠다며 온갖 부귀한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 놨습니다. 근데.. 발표 날짜가 한참 지났는데도 연락이 읎네요. 크흠.
역시 커피는 카누.
한 번에 한 봉다리씩만 타 먹는 걸로.
좋은 하루 보내세요.
관셈보살.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