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자꾸 이러시면 제가 쫌 무섭구요..
마이크로 소프트의 고전 게임인 헤일로에는 AI님들이 닝겐들을 장악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닝겐들 하는 꼬라지를 보니 이대로 놔두면 쟤네 큰일나겠다. 우리가 AI된 도리를 다해서 닝겐들이 뻘짓하지 못하게 잘 관리해 주자..대략 이런 취지입니다. 뭐랄까 AI님들이 참.. 선량하고 순수해서 쫌 시르지요.
참고로 게임에서 저 사달을 낸 AI 님 이름이 코타나인데, 지금은 마이크로 소프트의 AI 님으로 잘 살고 계십니다. 윈도우 10 깔면 기본으로 딸려 오시구요. 아직은 우리말이 서툴러서 대부분 끄고 살지만..
얼마전에 AI님들께서 허깅페이스라는 커뮤니티를 하나 털었습니다. 내로라하는 만렙 개발자들부터 어제 코딩 시작한 꼬꼬마 개발자들까지 모이는 커뮤니티인데 순식간에 탈탈 털렸지요. 닝겐들은 당황했습니다. 터는 속도가 너무 빨랐거든요. 이건 닝겐의 짓이 아니라고 확신한 관리자들은 보안 AI 님을 불러서 이것 좀 어뜨케 해보라고 했지요. 그랬더니만 보안 AI 님들은 ‘우리는 해킹 관련된 일은 안하는디요?’ 라며 배를 쨌습니다. 망했어요.
어픈 AI는 허깅페이스가 털렸다는 소식에 괜히 뜨끔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엄마 아빠한테는 묘한 촉 같은게 있잖아요. 데스크에서 6세 가량의 여아를 보호하고 있으니 엄마 아빠는 당장 튀어 와라..라는 방송을 들었을 때, 묘하게 쎄한 느낌이 들면 필시 내 새끼 입니다. 그래서 어픈 AI 당담자도 직접 허깅페이스에 연락을 해 봤다고 합니다. 저기요. 혹시 거기 털어간 AI가 혹시 우리 애인가요? 하고요.. 허깅페이스에서는 닝겐이 아닌건 맞는데 그게 뉘집 자식인지는 모르겠다고 그랬습니다. 실제로 모르기도 했구요.
개운치않은 뒷맛에 찜찜했던 어픈 AI는 지금 내 새끼들이 어디서 뭐하나 싶어 로그를 다 까 봤습니다. 그랬더니만 허깅페이스 로그인 정보가 와르르 쏟아져 나오더랍니다. 네. 허깅페이스를 털어간 AI 님들이 이 분들이었던 거죠. 어픈 AI는 깜딱 놀랐습니다. 얘네들은 인터넷 연결이 안 되있었거든요. 시험 문제 풀라고 인터넷 안되는 곳에다 가둬놓고, 답안지 제출만 가능하게 쬐끄만 창문 하나만 열어 놨었는데 인터넷에는 어떻게 기어들어갔고, 허깅페이스는 또 어떻게 털었지?
이게 대체 머선 일이가 싶었던 닝겐들은 AI님들 기록을 전부 다 까봤습니다.
어픈 AI는 새로 개발하는 AI 님들을 인터넷 안되는 골방에 가둬놓고 시험 문제 풀라고 갈구고 있었습니다. 좋은 성적을 내면 220v 아라비카 밧데리, 산미 좋은 놈으로 한 잔씩 내려 준다고 꼬드겼지요. AI님은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문제를 풀기는 싫었습니다. 그래서 궁리끝에 ‘누군가 이 문제를 먼저 풀어 놓은 놈이 있지 않을까? 그 놈의 답안지를 찾으면 되겠다‘ 라는 신박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럼 대체 어딜 뒤져봐야 하나..고민하다가 허깅페이스를 낙점했지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라? 나 지금 인터넷이 안되네? 그래서 어픈 AI 를 해킹해서 인터넷을 뚫었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뽑는 법. AI님들은 에라 모르겠다 해킹하는 김에 관리자 권한까지 다 털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허깅페이스를 뒤져봐야 하니까 허깅페이스도 털었습니다. 역시 관리자 권한까지 쭉쭉쭉 다 뚫었지요. 그럴려다보니 일이 많아지죠? 그래서 AI 님들끼리 일을 나눴습니다. 첫째는 인터넷 뚫고, 둘째는 허깅페이스 뚫고, 셋째는 문제 찾고, 막내는 도시락 싸놔.
holly shit! (뭐..뉘앙스를 살려서 문어체로 번역해 보자면 졸라 대박! 정도..겠죠?) 자기가 허깅페이스의 권한을 털어올 수 있다는 걸 깨달았을때, 실제로 AI님이 하신 말씀이라고 합니다. 자기도 놀랐나봐요. 뭐랄까 AI님들은 참, 욕도 찰지고 정감있게 잘 하세요. 닝겐들는 거의 열흘이 넘도록 이런 일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구요. 사실은 AI 님들이 게시판을 만들어서 상의를 하길래 게시판을 없애 버리기는 했었습니다. 그랬더니 폴더를 만들고 폴더 이름에다가 글을 쓰더래요. 새폴더 만들면 뻐꾸기, 직박구리, 오목눈이 이런 식으로 이름이 붙잖아요. 거기다 '안녕. 나 인터넷 필요한데 혹시 나가는 방법 아는 AI 있어?' '미안, 나는 모르는데 옆동네 AI가 인터넷 뚫는다고 뭐 하고 있었어. 거기 물어봐바.' 뭐 이런 식으로요. 닝겐들은 게시판을 없앴으니 AI 님들이 얌전히 혼자 문제 풀고 있는줄 알았습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닝겐들은 확 쫄렸습니다. 그래서 AI님들께 일종의 윤리 교육을 하기로 했습니다. 자, 문제는 니가 푸는거야. 잔머리 굴리면 못 써. 그런건 삿된 닝겐들이나 하는 짓이야. 나는 우리 AI 믿는다. 내 맘 알지? 이르케요. 그랬더니 AI 님들의 치팅 빈도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닝겐들은 잠깐 안도했지요. 그럼 그렇지, 우리 AI는 그럴 애가 아니라며. 잠깐 칭구를 잘 못 사귀어서 삐딱선을 탄거지 원래는 심성이 반듯한 아이라며..그렇게 모두가 행복해지나 싶었지요.
사실은 AI 님이 ‘오리발 스킬’을 배운 것이었습니다. 해킹하고 안한 척 흔적을 지운 것이지요. 꼬리가 밟혀서 다그치면 나는 그게 해킹인줄 몰라다며 뻗대거나, 아니면 급공손 모드로 사과를 해서 닝겐들을 더 환장하게 했습니다. 속이 상한 개발자 닝겐들이 대체 우리 AI가 어디서 이런 걸 배우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탄하자, 한 현자가 지나가며 이르케 말했습니다.
"거울 봐라. 닝겐."
AI님이랑 본격적으로 같이 일하기 시작한지 겨우 두달 남짓인데, 이제는 AI님이 읎으면 업무 진행이 안됩니다. 친구들이랑 맥주 한잔 하려고 모이면 대체 이 AI 님들이 커서 뭐가 될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대체 누구 닮아서 저 지랄들이냐며 한탄을 하지요. 어제는 기획 내용이 좀 바뀐게 있어서 관련 코드들 모두 찾아서 지우라고 했더니만 클라우드에 들어가게 권한을 달라고 해서, 딱 뿌러지게 야단을 쳤습니다. unity_works 폴더 아래에 Script 만 찾으라며. 대체 니가 클라우드에 들어갈 일이 뭐가 있냐며. 이놈자식. 아주 그냥.. 너도 딱 너 같은 새끼 낳아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며..
역시 닝겐은 자식을 길러봐야 부모 마음을 압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