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도르프 학교에서의 선생님
8년 동안 한 명의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을 맡아 수업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전에 교대에 다니던 시절, 핀란드 공교육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볼 때 초등 담임교사가 입학부터 졸업까지 아이들을 연달아 맡아서 지도하는 모습을 봤다.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생소한 모습이지만 아이들이 부모님처럼 선생님을 따르는 모습을 보면서 저게 교육이지 싶기도 했다.
부모님은 선생님께 신뢰를 가지고 있고, 선생님도 1년 뒤에 헤어질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아이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교육 철학이 적용된 곳이 바로 발도르프 학교이다.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초급과정 8년 동안을 한 명의 담임선생님이 맡아서 지도한다. 물론 중간에 개인 사정으로 선생님이 바뀌거나, 육아 휴직을 하게 되거나 하는 일들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원칙은 한 명의 담임교사가 쭈욱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초급 과정을 1명의 담임 선생님이 지도한다. 선생님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전문적인 수준의 지식이 필요한 중학교 2학년까지를 모두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초등교사로 10년 동안 공교육에서 일했던 나는 이 과정에 관심이 가서 한 때, 발도르프 교육원에 가보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부모로서의 적응이 너무 힘들어 잠정 보류한 상태이다.
현재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담임이 이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교육 환경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미 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아이들이 너무 자극적인 환경에 노출이 많이 된 나머지, 초등 1학년만 해도 집중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20명 중반이고 교사는 딱 한 명이다. 예전보다 학생수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이 하나하나를 챙기는 교육이 되려면 더 줄어야 마땅하다. 10명 내외가 적당할 것이다.
공립 초등학교 선생님으로서 수업보다 업무에 치중된 환경, 끊임없는 의무들과 서류 정리에 지친 나는 학생과 수업을 위한 학교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는 교육이 발도르프 교육이 아닐까 기대를 했고, 나 역시도 그 안에서 세월을 보내는 것이 의미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혼자 발도르프 교육에 대한 이상적인 환상을 갖고 있었던 것인데, 사실 많은 환상을 내려놓게 되었다. 일단 내가 발도르프 교육의 정신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발도르프 교육의 환상과, 현실에 대해서도 차분히 적어보려고 한다.
*사진: Unsplash의 Jorge Fernández Sa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