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일 년 반을 살아가면서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자리에 앉았다.
그동안 더 자주 글을 쓰지 못해서 미안해.
다른 누구에게 미안하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미안하다.
그동안 뭐가 그리 급했는지 뭐 그리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는지. 그래서 글쓰기가 뒷전이 되고 말았는지 말이다.
쓰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모두 사라지고, 쓰고 싶었던 욕망도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야 생각하건대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은 하루하루의 짧은 이야기였을지도 모르겠다. 뭔가 대단하고 큰 것이 아니라.
다들 말한다. 그럴 거면 일기를 쓰지 그래.
그래. 일기도 쓴다. 아침마다 마구잡이 떠오르는 대로 일기를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나 자신을 좀 정리해서 드러내보고 싶은 것이다.
너무 오래 글을 쓰지 않다가 어제 다시 원고를 들춰보았다. 이번에는 끝내고 말리, 끝내리, 정말 끝내리. 그게 도대체 몇 번 째였던가. 어떨 때는 억지로 마무리를 지었고 그다음에는 아무렇게나 분량을 맞춰버리고 너덜너덜해진 내 원고는 아직도 끝이 안 났다.
그 글을 놓을 수가 없다. 세상에 제대로 내보이면 참 좋겠지만, 우선은 내 마음에 들도록 고쳐보고 싶다. 나는 참 눈이 높은 독자이더라.
소설 속 주인공을 오디션장에 보내고 싶었던 나는 소설이 완성되기도 전에 내가 먼저 뮤지컬 배우가 되고 말았다. 이게 말이 되나. 소설에서보다 현실에서 더 빨리 이루어지고 말았다. 아직 나의 주인공은.. 길을 헤매고 있는데 나만 먼저 결승선에 도착한 기분이다.
소설이 이렇게 어렵다.
그러니까 손을 잡고 같이 가려면 어떻게는 주인공을 무사히 오디션장에 도착시켜 주어야 한다. 그냥 대충 아무렇게나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길을 걸어서 도착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게 내가 마무리해야 하는 일이다.
사실 나는 게으르고, 여러가지 일을 벌이느라고 가끔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도 까먹기도 한다. 그러니까 그동안 글을 안 쓰고 딴짓을 너무 열심히 한 것이다.
제주에 내려와서 내가 잃어버린 것이 한 가지 있으니, 바로 합평모임이다.
제주에서는 같이 글을 쓰고 합평하는 모임이 없다. 아니, 찾아보지도 않았다. 내 모임은 서울에 있고 카톡방에서 모임을 한다는 글을 보고는 있지만 참여하지 못한 지는 한참 되었다.
누군가의 글을 읽고 좋은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진정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모임이 제주에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있어도 너무 바빠서 참석을 못 할 수도 있다. 지금 같으면.
그래서 앞으로 두 달 동안은 어떻게든 글쓰기에 매진해보려고 한다. 7월부터 9월까지 두 달. 9월부터는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게 되어서 그대로 11월까지 바쁠 예정이기 때문에 딱 비어있는 두 달이 내게 남아 있다.
이 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냥 시간은 예전처럼 술술 빠르게 지나가버리고 말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해도 시간은 참 잘 간다.
난 무언가를 하기로 결심했고, 제발 이번에야 말로 마지막으로 내 글이 뭔가가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내 소원은 다른 거 없고 그냥, 뭔가 이상하고 의심스러운 내용 없이 독자가 술술 읽어줄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왜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문장을 쓰는 게 말이다. 앞뒤가 맞는 문장을 차례대로 하나씩 늘어놓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그래도 온라인카지노에 쓰는 글을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다. 술술 적어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다 지워버리고 새롭게 다시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써야지. 그래야지.
*사진: Unsplash의 Denys Striyeshy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