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각티슈로 계급을 나눕니다

"그럼 저희는 뭐 써요?"

byGiagraphy
4부. 근데 거길 왜 나왔어?


"제가 전형적인 한국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어서요. 정말 몰라서 실수할 수 있으니, 그때마다 바로 말씀해 주세요. 즉시 수정하겠습니다."

두 달의 휴식 끝에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첫날부터 내가 한 말이었다.


그날 내 자리에는 전화기가 없었다. 옆자리 동료가 요청하는 법을 알려줬는데, 제목은 이렇게 쓰면 된다고 했다.

'전화기 요청의 件'

'건'을 한자로 쓰는 것부터가 내겐 충격이었다.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전 회사들에선 각티슈 같은 건 늘 쌓여 있어서, 필요하면 그냥 가져다 쓰면 됐다. 그런데 이곳은 사무실 비품에 각티슈가 없길래 담당자에게 따로 요청했고, 그 한 통을 다 써가던 참이었다. 새 티슈를 가지고 나오는 내게, 한 동료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매니저님, 각티슈는 직바카라자만 쓰는 건데…"

장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앞자리 파트장님까지 웃으며 거들었다.

"진짜야. 상급자만 쓰는 거야."


어리둥절해진 나는 물었다.

"그럼 저희는 뭐 써요?"


파트장님은 본인 바카라상 위에 놓인 두루마리 휴지를 가리켰다.


"이건 'toilet paper'잖아요. 화장실에서 쓰라고 만든 건데… 외국에선 식탁에도 안 올려요."

"그러니까, 두루마리 쓰는 게 품위 없어 보인다고 부서장들 품위 유지 차원에서 각티슈 쓰라고 한 거야."

"그럼 매니저들의 품위는요? 저희 품위는 누가, 뭘로 지켜줘요?"


누군가는 "저도 집에서 가져왔어요"라고 말했고, 다들 웃고 있었다. 파트장님은 "이미 꺼냈으니까 이번엔 그냥 써"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조용한 사무실 한가운데서, 한 손에는 각티슈를, 다른 한 손에는 두루마리 휴지를 든 채 나만 어리둥절하게 서 있었다.


이쯤 되니 이게 진짜인지 장난인지조차 구분이 되지 않았다.




우리 회사에는 매주 수요일 퇴근 10분 전에 사무실 청소를 하는 문화가 있다. 직접 빗자루를 드는 회사는 여기가 처음이었다. 승무원 시절에도, 한국에서 다닌 전 회사들에서도 청소는 늘 누군가의 몫이었다. 처음 청소하던 날, 청소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직원도 민망해했고, 나는 빗자루를 든 채 당황했다.


어느 수요일, 1층 커피숍에서 우리 부서 부서장님, 타 부서 매니저님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회의는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어차피 결론도 안 나고, 일단 청소하러 올라갑시다" 하는 말에 나는 또 웃음이 났다. 사무실로 올라가며 말했다.


"저는 입사하고 매일매일이 놀라움의 연속이에요."


부서장님이 물었다.

"왜?"


나는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 넓은 사무실을 저희가 빗자루로 쓰는 것밖에 안 하는데, 계속 이렇게 해 왔다는 게 너무 신기해서요. 그럼 바닥 닦은 적도 전혀 없는 거 아니에요? 생각만 해도 기관지가 아픈 거 같아요."


부서장님은 재밌다는 듯 말했다.

"나도 입사하고 그렇게 생각만 하고 지나갔는데, 전 매니저가 20년 만에 그걸 상기시켜 주네."


마침 얼마 전의 각티슈 사건도 생각나 웃으며 꺼냈다.

"저번에 파트장님이 각티슈 쓰지 말라고 하셔가지고 깜짝 놀랐잖아요."


타 부서 매니저님은 말도 안 된다며 자기 각티슈를 주겠다고 했고, 마침 같은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건물 관리자분도 화들짝 놀랐다.


이번엔 오히려 나는 웃고 있었고, 다들 놀라 있었다. 그 반응에 나는 또 어리둥절해졌다.


사무실로 올라와서는, 부서장님이 파트장님에게 "너 또 그랬냐"며 장난스럽게 핀잔을 주었다. 사무실 모든 사람이 함께 웃었고, 부서장님은 당부를 남겼다.


"전 매니저, 각티슈 꼭 써!"


요즘 우리 사무실에는 직급 상관없이 모두의 바카라상 위에 각티슈가 하나씩 놓여 있다.


애초에 뭔가를 바꾸려고 한 질문은 아니었다. 정말 이해가 안 가서,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이다.

이 회사에 있는 동안은 아마 계속 웃으며 묻지 않을까?


"왜요?"